16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 위치한 초대형 전자제품 양판점 '요도바시 카메라' 4층 매장 진열대에 걸린 광고 문구다. 광고판 앞에는 유난히 날렵한 디자인에 세련된 블랙톤의 내비게이션(차량자동항법장치)이 인접한 미국 애플의 빅히트 제품인 '아이팟'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1개월 전 '엑스로드'란 토종 브랜드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한국 내비게이션 전문업체 카포인트의 일본 수출용 제품인 'Z5020'과 'V4120'는 출시 직후부터 선풍적인 인기다. 일본 최대 가격비교 사이트인 베스트게이트(www.bestgate.jp)의 내비게이션 부문에서 양 제품은 출시 후 4주 연속 1,2위 혹은 1,3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카포인트는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를 운영하는 일본 최대 유통업체 중 하나인 이토추상사와 손잡고 지난 7월부터 제품 판매에 들어갔다. 이토추상사는 엑스로드의 판매고가 연내 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올해 일본 내 '휴대형' 내비게이션 시장 규모의 10%에 해당된다.
진입 장벽이 높기로 소문난 일본 전자시장에서 불과 1개월 만에 거둔 성과로는 '초대박'이다. 카포인트는 여세를 몰아 13일 이토추상사와 향후 1년 간 10만대, 금액으로는 3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일본은 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해 차량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내비게이션(카나비)의 보급률이 50% 수준으로 한국보다 4~5년 앞선 선진 시장이다. 7천만대에 이르는 전체 차량 중 절반인 3천500만대에 이미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고, 매년 350만~400만대가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차량의 대쉬보드에 한번 설치하면 분리하기가 어려운 고가의 '빌트인형' 제품(FNS)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내비게이션 제품들은 착탈이 자유로운 '휴대형' 제품(PND)이 주력이다. PND는 가격 면에서 서너 배 이상 저렴한 데다 슬림한 디자인과 보유 차량마다 내비게이션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어, 고급 차종을 중심으로 형성돼온 FNS 시장을 뛰어넘으며 급성장하는 추세다.
일본은 작년부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나 DVD를 저장매체로 사용하는 고가의 FNS 대신 작고 가벼운 메모리칩을 사용하면서도 DMB 등 첨단 미디어플레이어 기능을 겸비한 PND 제품이 '뜨면서' 기존 FNS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현재 PND 제품 비중은 전체 일본 내비게이션 시장의 10% 수준이지만 조만간 30%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한국 내비게이션 제품들이 있다.
일본에는 카포인트 외에도 현대오토넷이 '폰터스'란 자체 브랜드로 진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카포인트와 현대오토넷은 지난해 ODM(제조업자 설계생산) 방식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뒤 올해부터 자체 브랜드를 통한 정면 승부로 노선을 전환했다.
이봉형 카포인트 대표이사는 "기존 일본 제품을 앞서는 기능과 가격 면에서의 경쟁력과 현지 전문업체를 통한 우수한 디자인이 주효한 데다 시장 진입 타이밍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며 "이제 시작일 뿐이며 선점한 시장을 지키기 위한 제품과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산 PND 네비게이션 제품이 일본 시장에서 '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력이라는 분석이다. 산요 등 기존의 일본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유사한 PND 제품을 내놓으며 수성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 제품이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DMB 등의 첨단 기술력에서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토츠상사의 제휴사로 엑스로드의 판매망을 직접 관리하는 현지 유통업체인 R.W.C의 나가타 히로노부 사장은 "처음 엑스로드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면서 한국의 탑브랜드라는 점을 내세우는 데 반대도 있었다. 과거 MP3플레이어 업체들처럼 한국 브랜드는 취약한 애프터서비스나 약한 브랜드 파워로 인해 마케팅에 불리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IT 제품들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있다. 남은 과제는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도 직접적인 제품 광고보다 브랜드 광고 위주로 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