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변 전 실장이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신씨의 뒷배를 봐주기 위해 나랏돈을 뭉텅이로 지원했다는 사실은 국정을 농단한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영배 스님은 신정아 씨가 동국대 교수로 임용될 당시 신씨를 적극적으로 옹호해 의혹을 받아왔던 인물이다. 이에 따라 흥덕사에 대한 특혜가 변 전 실장이 학위 위조 의혹에도 불구하고 신씨를 채용토록 한 영배 스님에게 안겨준 ‘선물’이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오후 “변 전 실장이 행정자치부에 흥덕사 특별교부세 집행을 협조 요청한 것과 관련, 사회정책실의 김모 행정관이 검찰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발표했다.
신정아 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변 전 실장이 행자부에 압력을 넣어 흥덕사를 지원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의 대가성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19일 김 행정관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영배 스님이 13억원을 들여 식당을 개조해 지난 2004년 5월 설립한 흥덕사에 대한 특별교부금 지원은 매우 이례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지난 4월 행자부는 울주군에 특별교부금 지원 가능성을 타진했다. 통상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행자부에 신청하는 것이 관례지만 앞뒤가 뒤바뀐 것. 이에 울주군에서 흥덕사는 문화재 등록이 돼 있지 않은 개인 사찰이기 때문에 특별교부금 명목으로의 지원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행자부는 다시 “이미 10억원의 예산이 잡혔으니 빨리 집행안을 마련하라”고 재촉했다.
흥덕사는 3년 전 음식점을 개조한 개인사찰이다. 이에 울주군은 지난 5월 14일 흥덕사 입구 교량의 폭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15억원의 특별교부세를 신청했고 행자부는 열흘 만인 23일 10억원을 확정해 울주군에 내려보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변 전 실장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 일사 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배 스님이 신씨에게 수억원의 돈을 건넸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흥덕사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4월과 5월 당시 동국대는 신씨의 학위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 당시 영배 스님은 5월 29일 이사회에서 신씨의 예일대 박사 학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장윤 스님의 해임안을 주도하고 “신씨 학위가 가짜라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하는 등 신씨에 대해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또한 7월 2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공식적이고 적법한 채용 절차와 확인을 거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영배 스님이 신씨의 학위 위조를 무마해달라는 변 전 실장의 부탁을 받고 신씨를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변 전 실장이 행자부에 압력을 넣어 흥덕사를 무리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구나 동국대는 지난 7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씨의 예일대 박사 학위가 가짜였음을 밝혔음에도 신씨에 대한 고소장은 23일에야 검찰에 제출해 신씨의 도피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도 영배 스님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검찰은 또 영배스님이 13억원을 들여 흥덕사 부지를 매입한 자금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흥덕사 측은 “모든 절차가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진행됐으며 신씨의 교수 임용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