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5일 기아자동차 화성 공장 주행 테스트 장에서 대형 SUV 'HM' 품평회가 있었다.
품평회에 나온 차량들은 특성들이 제각각이었다. 완전 온로드를 지향한 BMW 'X-5'.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크라이슬러 '그랜드체로키CRD'. 그리고 프레임 바디 차량이지만 상당히 온로드 세팅된 기아 'HM'. 물론 모두 디젤 차량들이다.
온로드 주행에서 HM은 X-5쪽과 비교가 되는 면이 크고, 그랜드체로키CRD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겸비한 차량이기에 다소 불리한 점이 있었다.
그럼 이제부터 위 세차량(모두 디젤 차량)을 두고 하나하나 비교를 해보겠다.

일단 HM을 바라보다 X-5를 바라보면 베라크루즈를 보다 뉴싼타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 정도의 크기 차이가 느껴진다. 그랜드체로키 또한 HM에 비해 그러한 느낌이 든다.
이날 나온 세 차량은 모두 그동안 테스트 차량으로 써서 그런지 상태는 최상이 아니었던 느낌이 들었다. 일전에 그랜드체로키CRD 시승기를 쓸 때와는 약간의 차이가 났다(본보 '찜캐리 차(車) 성능저울대' 참조).
◆초기 발진 능력
세 차량 모두 액셀을 밟으면 그 반응성의 차이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로백 성능이 뛰어난 차량들이다.
이중에서 체감적인 느낌은 X-5가 조금 더 나은 느낌이 들지만, HM도 만만치 않았다. 그랜드체로키CRD는 중속과 고속보다는 초속이 확연하게 좋은 차량이라고 본다.
제로백은 3차종이 박빙을 보이지만, 약간의 우세가 X-5와 HM에서 느껴진다. 모두 동영상을 올렸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그랜드체로키CRD 동영상밖에 없다.
하지만 체로키의 동영상을 보며 HM과 X-5를 유추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 중속과 고속
일단 중속으로 들어가면 그랜드체로키는 여기의 차량에 비해 가속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HM과 X-5가 비슷한 성능을 내며 고속 영역으로 치고 들어간다.
하지만 이날 차량에 동승한 사람을 포함하면 5명이 넘는다. 게다가 조수석에 타고 있는 기아자동차 관계자의 시선이 걸려 위 차량 모두 190km/h를 넘기는 주행을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SUV로서 190km/h에서의 감속 효과는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체로키는 순수 평지에서 190km/h에 도달하기 어려운 차량이다. 하긴 HM도 190km/h에 맞춰진 T급의 타이어여서 그 이상의 기대는 접었다. 계기판 속도 210km/h에 GPS 속도 190km/h대의 최고속도가 예상된다.
기자는 베라크루즈 신차 출시 당시 이미 시승기를 작성한 바가 있다(본보 '찜캐리 차(車) 성능저울대' 참조).
HM이 출시되면 베라크루즈 이상으로, 그리고 새로운 컨셉트로 방대한 양의 시승기를 작성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정숙성
HM >그랜드체로키CRD > X-5 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아래는 일전에 시승기 작성을 위해 기자가 찍은 그랜드체로키CRD의 정숙성에 관한 동영상이다.
이날 품평회의 차량은 동영상에 나오는 차량과 달리 테스트 차량이었기 때문에 신차급보다 조금 더 소음이 컸다. 하지만 HM의 소음도는 역시 탁월했구나 하는 결론이 나왔다.
X-5는 배기 튠을 한듯 가속 소음과 정차 소음이 명확하게 크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두차종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아성이라고 판단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HM의 정숙성이다.
실제로 현재 베라크루즈 동호회, 러브베라를 운영하면서 주행 km수가 오래된 차량을 접해보면 차량 소음이 신차 때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동급 디젤 중 국내외에서 이 차량 만큼 조용한 디젤 차량이 또 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HM 또한 베라크루즈와 동일한 엔진이다.
X-5는 고속으로 올라가도 엔진음이 컸기에 풍절음은 그 안에 믹스가 된 느낌이 강했다. 체로키는 HM과 더불어 풍절음이 어느 정도 들렸는데, 이는 중고속으로 올라갔을 때 엔진음이 더욱 조용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제동력
솔직히 제동력을 미리 판단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패드가 어느 정도 마모가 되는 1000km를 전후로 하여 판단을 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베라크루즈 시승기 당시에도 제동력이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판단이 섰지만, 1000km를 전후로 하여 제동력은 현격하게 떨어진다. 또한 고속 주행시 급제동을 걸어보면 그 차량의 제동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이 선다.
세 차량 모두 뛰어난 스펙의 SUV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동력은 좋아야 한다고 본다.
중저속 주행에서 제동력 테스트는 해보았지만, 150km/h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의 제동력 테스트를 해보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일단 중저속 테스트에서는 X-5가 괜찮았던 느낌이 강하다. 제동시 탑승자들이 관성을 덜 느끼면서 부드럽게 제동이 이루어지는 부분은 우리나라 차량이 본 받았으면 하는 제동 시스템이다.
HM이나 그랜드체로키가 X-5보다는 제동력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지만, 일반적인 수준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현재 운행하고 있는 베라크루즈에 비하면 HM의 제동력은 크게 보강되어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 정숙성과 제동력, 풍절음과의 관계
HM은 대형 SUV이다. 경쟁사 차량들에 비해서도 크기가 우람할 뿐 아니라 가속 성능도 좋으며 정숙하기까지 하다.
해서 가속시 오너가 느끼는 감각적 속도감은 다른 차량에 비해 덜하게 느껴지기에 속도 증감 효과를 덜 느끼게 된다. 그만큼 고속 주행을 해도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안정감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와서 정숙성과 제동력에 대해 논하겠다. 고속으로 올라가면 풍절음만이 들릴 뿐 엔진음은 2.0 세단보다도 더 조용해진다.
이 부분은 베라크루즈 출시 당시 시승기로 작성한 바가 있다. 현재 베라크루즈 동호회 운영자로서 여러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뛰어난 성능과 정숙성 그리고 고속으로 올라가도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 때문에 알게 모르게 속도 위반 카메라에 가끔씩 자주 찍힌다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곤 한다.
HM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베라크루즈와 마찬가지로 속도가 올라갈수록 엔진음은 더더욱 조용해지고, 반대로 풍절음만이 겨우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풍절음은 여러 웨더스트립 고무에 보강재를 덧대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줄이는 제품들이 있지만, 특정 부위의 소음을 줄이면 반대급부로 풍절음에 뭍혀있던 노면의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만큼 차량에 있어서 방음, 방청이란 사람의 귀를 참으로 간사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렇듯 정숙성이 좋고, 성능이 좋으며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차량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고속 영역대에 도달하곤 한다. 실제로 베라크루즈 동호회 회원들을 보아도 나이층을 떠나 이런 부분들에 공감하곤 한다.
해서 부지불식 중에 들어가는 고속의 영역대에서 급작스러운 제동이 필요한 상황은 운전을 하면서 자주 접할 기회가 많게 된다.
일단은 기존에 나온 베라크루즈보다 제동력이 좋았다는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짧은 주행으로 제동력을 쉽게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기에 잠정 결론을 내리는 바이다.
◆ 승차감
그랜드체로키CRD의 운전석은 액티브한 주행을 즐기는 오너에게는 아주 이상적인 느낌이 든다. 고속 주행에 들어서도 차량이 노면과 수평을 유지하는 능력과 속도가 어느 정도 붙은 상태에서의 코너링도 괜찮은 편이다. 급격한 노면의 변화에도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2열에 앉게 되면 노면의 잔 진동이 올라오는 단점과 팔걸이 없이 각도가 조절이 되지 않는 시트 구조는 동승자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그랜드체로키CRD의 경우 후륜의 스프링을 따로 개선, 보완을 하고 2열 시트의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게끔 하는 노력을 보인다면 더 나은 차량이 될 것이다.
X-5는 무게 중심이 확실히 이상적으로 잡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좌우 롤링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지도 않으며 모노코크 바디 SUV로서의 유리한 승차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잔 진동은 웬지 탄탄하다.
마지막으로 HM. 갤로퍼, 레토나부터 시작해서 이제 베라크루즈와 HM까지 국내 모든 SUV는 거의 소유해보거나 타본 셈이다. 갤로퍼 가솔린 모델만 빼고는.
40대를 겨냥해 만들어져서인지 여지껏 타본 국내 SUV들 중에서 롤링과 피칭이 좀 심한 편이다.베라크루즈보다도 롤링 현상이 더욱 심하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평가다.
엔진의 스펙은 250마력에 56피크형 토크로 3.0 디젤 중 동급 세계 최고 SUV이다. 그런데 서스펜션이 그 스펙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 기자가 제기하는 논지이다.
이러한 서스펜션은 고속도로 같은 직진 위주의 도로에서 얌전히 운행하는 이들에게는 포근할 수 있지만 코너링이나 노면의 변화가 심한 경우 노즈다운 현상을 감수해야 한다.
2열의 승차감은 상당히 아늑하고 좋은 편이다. 노면의 잔진동도 푹신한 서스가 상당히 희석을 시켜버려 동승자를 편안하게 하는 요소가 강하다.
타이어의 접지력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 시속 60km/h 이상의 속도로 코너를 돌면 소리가 많이 난다. 타이어의 스펙이 190km/h에 맞춰진 T급이기 때문으로, LUV로서 아쉬운 세팅으로 보인다.
◆ 익스테리어/인테리어
X-5는 이미 BMW의 기본적인 패밀리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자체적으로 그 색깔을 유지해온 차량이다. 디자인이 멋지다, 못하다라는 평가는 이 글을 보는 독자들에게 맡기고 싶다.
그랜드체로키CRD의 경우는 각진 이미지 뒤로 필러(차량의 윈도에 있는 기둥)와 차체와의 각에 신경을 썼고 나름대로 세련미를 부여해서 SUV다운 풍채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HM는 카리스마보다는 편안함, 직선과 곡선의 조화가 엿보인다. 자동차 마니아들은 디자인보다도 성능을 보고 차량을 구입한다. 그러나 일반 오너들은 익스테리어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HM의 인테리어 면에서는 크게 비평을 가하고 싶지가 않다. 우드그레인은 마음에 썩 내키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아직 테스트 중인 차량으로 확정된 부분이 아니기에 일단은 통과시키겠다.
전반적으로 센터페이시아 및 기어 박스 부근은 쏘렌토의 업그레이드 버전 이미지가 풍긴다. 실내에 앉아 있으면 업그레이된 테라칸을 탄 기분이 들 정도로 공간성이 좋다.
프레임 바디 차량이지만 탁 트인 실내하며, 레그룸의 넉넉한 확보는 공간성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베라크루즈보다는 실내의 폭이 약간 좁지만, 실내 길이가 길며, 실내고가 높다.
3열의 경우도 레그룸 확보에 무척 신경을 썼고, 국내 SUV들 중에서 가장 타기 좋은 3열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천장이 높고 공간성이 프레임 바디 SUV임에도 크게 빠져나와서 개방감이 좋고 2열의 동승자도 답답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게 공간성이 좋다.
여기에 반해 X-5는 협소한 느낌이 든다. 그랜드체로키는 공간성이 석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실내 디자인이 우리나라 소비자 층에 어필하지 못할 정도로 상당히 간소하며, 2열의 시트 구조 및 승차감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동급 최고의 수치를 가지고 있는 HM. 기아자동차가 어디까지 마무리하고 출시할지는 모르겠으나, 소비자들의 동향과 기대를 잘 반영하여 출시했으면 한다.
최선의 마무리로 최고의 결과를 얻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