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20일 신씨의 자택에서 입수한 컴퓨터에서 예일대 박사학위 문서파일과 총장의 서명이 담긴 그림파일을 찾아냈다. 또 서울 시내 7개 대학에서 강의한 신씨의 학위 졸업 날짜가 각각 다른 점을 확인하고 신씨가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학위를 위조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학위 브로커에게 속았다’는 등의 진술은 모두 거짓말일 뿐 아니라 신씨가 고의로 학력을 다르게 기재해 속인 만큼 증거인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신씨가 교수로 재직한 동국대 외에 시간강사로 강의를 한 국민대와 상명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가나다 순) 등 6곳 중 국민대와 이화여대, 중앙대에 제출한 이력을 비교한 결과, 이력서에 기재된 학위 졸업 날짜와 경력이 들쭉날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2003년부터 2년간 국민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미술현장과 작품 분석 세미나, 전시기획 및 행정이라는 강의를 했으며, 중앙대에서는 2000년과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이화여대에서는 2004년 강의를 했다.
국민대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먼저 입학하지 않은 서울대 동양학과 입학 이력이 기재돼 있다. 캔자스주립대 졸업과 관련해서는 우등상을 비롯해 3가지 상을 탔다고 적어 놓았으며, 이어 통역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했던 1997년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라고 기재했고, 2001년 당시 출강하지 않았는데 중앙대 대학원 강사를 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입으로 서울대 입학을 얘기한 적이 없다”며 ‘거짓말 의혹’을 부인했던 신씨를 상기해볼 때 고의적으로 서울대 입학을 강조해 이력을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화여대와 중앙대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서울대 동양학과 입학 이력은 빠졌다. 대신 연도가 조금씩 다르고 이화여대의 경우 2004년 ‘예일대 박사과정 수료’가 추가됐다.
이화여대 측은 “당시 실무 능력을 높이 사 강사 자리를 맡겼기 때문에 학위 검증을 정교수 임용처럼 하지 않았다”며 “검토해보니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박사과정을 밟고 또 수료했다는 게 비상식적”이라고 밝혔다.
관련 학교들은 뒤늦게 신씨의 학력위조 의혹이 드러나자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앙대 관계자는 “떠오르는 젊은 큐레이터로 화제가 됐던 신씨가 학위위조를 했을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해 강의를 맡기게 됐다”고 말했고, 국민대 측도 “이미 홍익대와 한양대에서 강의를 했다는 재직증명서가 있는 데다 당시 젊은 기획자로 인턴십이나 실습 관련 과목을 맡아 실무자들 사이에서 추천받은 것만으로도 시간강사 자리를 맡기기에 충분했다”고 전했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