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3연패 위업을 달성한 장미란(24.고양시청)의 우승은 말 그대로 한편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였다.
26일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최종일 여자부 최중량급(+75kg급)에서 용상과 합계에서 2관왕에 오른 장미란은 용상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장미란은 지난해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대결해 한차례 졌던 중국의 무솽솽(23)과 다시 맞붙었다. 인상에서는 138kg을 기록, 무솽솽(139kg)보다 1kg 뒤져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장미란은 용상에서 짜릿한 뒤집기를 차분히 준비했고 마지막 3차 시기에서 마침내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용상 1차 시기부터 장미란과 무솽솽의 치열한 눈치 작전이 시작됐다.
장미란은 인상에서 1kg이 뒤져 있던 터라 무솽솽보다 1kg 이상 더 들어야 용상 뿐 아니라 합계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둘은 1차 시기에서 나란히 171kg을 드는 데 성공했다. 2차 시기를 먼저 시도한 무솽솽은 이어 177kg을 기록했고 장미란은 곧이어 플랫폼에 올라 178kg을 들어 올렸다.
무솽솽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3차 시기에서 모험 수인 180kg을 신청했고 이마저도 들어 버리고 말았다. 여섯 차례 모두 성공한 것이다.
초조한 장미란에게는 더 이상 다른 카드가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시기에서 181kg을 신청했다. 자신이 지난해 5월 세운 한국 신기록(180kg)보다 1kg이 더 나가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이다.
성공하면 용상에서 1kg 차로 금메달을 따내고 합계에서도 체중 차로 타이틀을 차지하지만 실패하면 은메달 3개에 그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된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 마지막 여자부 선수로 플랫폼에 다시 선 장미란은 평소보다 시간을 끌어 관중의 초조함을 자아낸 뒤 끝내 바벨을 번쩍 위로 들어올렸다.
코칭스태프는 '와~'하는 탄성을 질렀고 경기장은 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3연패 위업을 이룬 세계적인 역사(力士)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오승우 여자 역도대표팀 감독은 "장미란의 용상 마지막 시기는 사실상 모험이었다. 무솽솽보다 1kg을 더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장미란이 잘 해줬다. 무솽솽은 용상에서 180kg까지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행히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