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쏘나타, 로체, SM5, 토스카 하면 우리나라 가솔린 2.0 세단으로 중형 승용차 부분을 대표하는 차종이다.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어린 자녀를 거느린 가장들이 흔히들 찾는 차량인 것이다.
디자인만 다를 뿐 성능이나 공간성은 오십보백보라는 편견을 버리고 이 차량들의 개성과 차이점을 확인해 보자.
먼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2.0 세단의 신차 판매량을 알아보자.
2007년 7월의 월간 판매량은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9825대로 1위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5는 8728대로 아반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7월에 일부 디자인을 변경(New Impression 모델 출시)하면서 마케팅에서 효과를 많이 본 듯하다.
기아자동차의 로체는 9위로 3241대를 판매하였다. GM대우자동차의 토스카는 2209대로 15위에 랭크됐다.
다음은 8월의 판매량을 알아보자. 1위는 역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로 8852대를 기록하였다.
르노삼성의 SM5는 디자인 변경에 따른 거품이 빠지면서 4위로 내려앉았지만, 6970대를 기록하며 승용부분에서 현대자동차의 강력한 경쟁관계를 이어갔다.
로체는 2270대를 판매하여 11위, 토스카는 1738대로 19위를 각각 기록했다.
판매량은 차량의 품질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호를 끌고 있는지는 여실히 대변한다.
한가지를 더 곁들여, 월간 판매량을 보면 더욱 재미난 부분이 있다. 바로 중대형 승용차 시장을 주도하는 현대차 그랜저의 판매량이다.
그랜저의 판매량은 7월에는 7673대로 4위를, 8월에는 7002대로 3위를 기록하였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1.5 준중형 승용차와 소형차가 국민차로서 인식되고 각광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중형 및 중대형 세단으로 옮아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판매량이 어마어마해졌다.
소득 수준의 향상과 함께 승용차 부분의 실수요자들이 점차 공간을 중시하면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중형 세단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아닌가 추측을 해본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층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형 승용차 세제는 여전히 높아 서민 경제를 압박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SUV, RV 부분은 자동차 세제의 형평성을 들어 세금을 단계적으로 인상, 얼마 안있으면 승용차와 똑같아진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조절에 들어가 차이가 점차 좁혀지고 있는 추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본격적인 비교 시승기를 기술하겠다.
쏘나타, 로체, SM5, 토스카 이 4차종은 그동안 흔하게 타게 될 기회가 많았고 성능이나 승차감 등에 대해 잘 아는 차량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비교 시승기를 위해 머리 속에서 뚜렷하게 인식을 하면서 4차종을 접해본 결과 각기 다른 개성을 시원스레 비교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배기량에 따른 자동차 세제가 부과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2.0 가솔린으로는 시원한 성능이나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가솔린은 디젤 차량에 비해 지형과 무게의 영향을 좀더 많이 받는 편이며, 배기량이 받쳐주지 않는한 항속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업계마다 추구하는 지향점에 따라 차량을 다르게 세팅한 면이 엿보였다.
일단 판매량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는 쏘나타는 중형 세단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많은 국민들이 쏘나타를 선호하게 되는지는 4차종을 고루 타본 결과 느끼게 되었고, 여기에 대해 SM5는 현대자동차가 지향하는 바와 다른 틈새를 잘 공략하고 있음을 느꼈다.
반면 로체는 전반적으로 무난한 편이지만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않는 무던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크게 매력을 끌지못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토스카는 GM대우의 아쉬운 마케팅의 이면이 엿보이기도 했다.
현재 판매 1위를 하고 있는 쏘나타를 왜 2.0 세단의 표상이라 생각을 했을까?
일단 공간성이 위 세단들 중에 가장 좋고 안락하다. 차량의 공간성이란 몇 cm도 되지 않는 차이이지만, 실제로 차량에 타보는 그 몇 cm 안되는 수치가 넓다 좁다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이러한 수치 이외에도 사람이 앉게 되었을 때, 신체 구조와 시트의 절묘한 배치, 실제로 앉았을 때 다리를 두게 되는 레그룸 확보 등이 공간성의 평가와 함께 착석감, 안락함에 대한 느낌도 좌지우지한다.
쏘나타는 2.0 세단 중에서 개방성과 실내 공간성이 좋고, 착석 때 안락함이 가장 느껴지는 차량이라고 판단된다.
승차감은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좋아하는 푹신푹신한 느낌이 들어 전반적으로 안락함을 좋아하는 소비자 층을 공략한 세팅을 한 것이 엿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세팅은 직진 위주의 주행시 안락감이 들고 포근한 감이 있지만, 노면의 변화나 코너링, 고속 주행시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주행을 하는 오너들에게는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또한 쏘나타의 외관을 둘러보면 전형적인 중형 세단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은 실내로 이어져 중형 세단의 품위를 느끼게 한다.
반면에 쏘나타의 강력한 라이벌을 형성하는 SM5는 어떠한가?
르노삼성측에서는 이번 시승기를 위해 풀옵션에 가까운 차량으로 적극적인 협조를 하였다. 그동안 지나가는 차량들을 무관심하게 지나쳤지만, 이번 시승기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르노삼성 측 본사에서 시승 차량으로 가져왔을 때는 "참 이쁘다!" 라는 탄식이 나도 모르게 터져나왔다.
티끌없이 신차 그대로의 모습을 전해받았을 때 오는 느낌이 이 차량은 정말 여성 오너들의 인기를 많이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사실 여성 운전자들은 스펙을 좀더 꼼꼼히 살피는 남성 운전자들보다 디자인에 대한 집착도가 더 높다. 실제로 차량을 구입할 때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이는 아내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그만큼 운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결국 구매에 있어서 여성의 구매 결정권은 상당하고, 거기에 따른 디자인의 선호도는 크게 작용한다고 본다.
이러한 산뜻한 기분으로 운전석에 앉아보았다. 실내에 앉아보니 실제로 여성을 배려한 부분도 있어서인지 몰라도 기기들이 조작이 편리하도록 배열돼 있다.
물론 쏘나타나 로체의 경우도 기기의 조작성이 편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SM5의 경우는 기기들의 명칭이 한글로 표시된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한글이라면 유치하다는 발상을 버리고 실용성에 초점를 둔다면 괜찮은 해석이 내려진다.
하지만 실내 공간이 2.0 세단 중에서 가장 좁게 느껴지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시트의 착석감이 너무 단단한 느낌이 들어 이것도 아쉬운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내 몸을 편하게 감싸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나를 밀어내는 팽팽한 느낌으로 착석감이 편하지 않았다.
주행을 하며 느낀 점은 서스펜션의 안전감이 돋보였다. 롤링은 심해도 푹신한 서스펜션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이러한 서스펜션의 안정성을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든 면이 있다.
하지만 위 세단들 중에서 가장 단단한 서스펜션을 취하고도 시트까지 단단해 하체부터 운전자가 앉는 모든 면이 하드하다는 느낌을 준다.
쏘나타는 서스펜션부터 시트까지 소프트하게 처리한 반면, SM5는 모두 하드하게 처리한 것이 비교된다. SM5는 특유의 개성있는 서스펜션 세팅 위로 운전자가 터프함을 덜 느끼도록 시트를 좀더 소프트하게 해주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브레이킹 능력은 전반적으로 위에 4차종 모두 괜찮았다. 특히 SM5의 제동 장치가 인상적인데, 주행중 브레이크를 주욱 밟았을 때, 디스크에 패드가 꽉 조여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안정감이 들었다.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이유는 결코 액셀레이터가 있어서가 아니다. 브레이크라는 제동 장치가 있기에 오너는 그만큼 부지불식 중에 믿고 달리는 것이다.
그만큼 제동 장치는 중요한 부분인데, 이 부분에서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4차종을 굳이 평가한다면 SM5에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다.
그렇다면 로체는 어떠한가? 현대와 기아는 내부적으로 상당한 라이벌 관계이지만, 우리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현대나 기아나 같은 회사로 본다.
로체 또한 쏘나타와 엔진부터 시작해서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쏘나타와 비교하면 모든 감각이 비슷할까? 물론 외부 디자인은 확연하게 다르다. 일단은 어느 정도는 비슷할거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주행을 해보았다.
사람들은 쏘나타의 공차중량이 1460kg이고, 로체의 공차중량이 1395kg이기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로체의 성능이 좋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차이는 성능의 차이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몸으로 체감되는 차이는 이 정도 공차 중량으로는 크게 느끼기는 어렵다.
실제로 주행을 해본 바로는 로체의 성능이 쏘나타에 비해 약간 앞선다는 느낌이 든다.
이는 공차중량의 차이도 있겠지만, 차량을 세팅하는데 있어서 ECU에 적용한 프로그램과 기어비의 차이가 쏘나타와 로체가 서로 다르다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서스펜션의 차이도 존재한다. 쏘나타가 롤링은 있지만 소프트하고 아늑한 반면, 로체는 SM5처럼 롤링이 덜하지만 약간 하드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주행 안정감은 쏘나타보다 로체가 조금 더 있다.
물론 이러한 비교는 절대적이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미세한 차이를 부각시켜 기술한 부분이다.
로체가 쏘나타에 비해 가속감이 좋고, 롤링이 덜한 반면 가속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공간성은 쏘나타와 더불어 좋았고, 개방감 또한 좋았다.
그렇다면 토스카는 어떠한가? 쏘나타, 로체, SM5가 4기통 엔진에 4단 오토 미션이라면, 토스카는 직렬 6기통에 5단 오토 미션을 지닌 차별화된 2.0 세단이기도 하다.
전면부와 측면부의 디자인을 보면 중형이라기 보다는 중대형 세단의 느낌이 살아난다. 단 후면부의 테일램프가 앞에서 이어져 오는 카리스마를 이어받지 못하는 면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다른 차량에 비해 5단 오토라 단수의 여력이 있어서 초반의 시원한 성능을 기대하고 주행을 시작해 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로 4차종 중에 가속력이 제일 떨어졌다. 왜 이런 세팅을 했는지는 나로서도 의문이다.
하지만 시속 60km/h 정도를 전후로부터 뻗어나가는 면이 좋아진다. 고속으로 접어들자 차량이 노면과 밀착되어 안정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데, 이 부분은 서스펜션과 유기적인 세팅을 잘한 것 같다.
2.0세단 하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는 국민차가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출퇴근하는데 많이들 사용하는 차량이다.
해서 순간순간의 민첩성을 요하는 긴밀한 주행 측면에서는 로체, SM5 > 쏘나타 > 토스카 순서로 괜찮았다는 느낌이 든다.
반면에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는 토스카가 위 3차량에 비해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4차종 중에서 유일한 5단 오토를 사용해서인지는 몰라도 고속도로에서 고속으로 접어들어도 주욱 치고 나가는 것은 토스카가 앞서는 것 같았다.
6기통에서 나오는 엔진음도 상대적으로 미세한 차이이지만 정숙한 느낌이 들었다.
실내를 들여다 보았다. 계기판에 들어오는 불빛이 상당히 익숙한 디자인이다. 바로 윈스톰에 적용한 계기판 하며 전반적으로 윈스톰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실내 전면부 디자인의 경우 윈스톰은 나름대로 매치가 되어 보였는데, 중형 세단으로서는 조금 매치가 안되어 보인다. 실내 마감도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실내외 디자인을 상당히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소비자의 기호도를 감안하면 5단 오토에 6기통 엔진을 쓰면서도 실내 인테리어의 아쉬움, 출퇴근 시간에 흔히 접하는 민첩성의 결여가 마케팅으로 포장되지 못한 것같아 아쉬웠다.
토스카의 실내 인테리어를 조금 더 고급스럽게 바꾸고, SM5와 SM7과의 관계처럼 중대형 세단에 어울릴 엔진을 토스카에 올려서 중형과 중대형 세단의 차별화 정책을 펼치며 현대ㆍ기아와 대결을 했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SM5는 현대가 지향하는 면의 틈새를 철저하게 파고 들어 마케팅에서 성공을 하며 현대와 팽팽한 라이벌을 이루고 있는 반면, 토스카는 뭔가 2% 아쉬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렇게 4차종을 비교하다보니 글이 상당히 길어진 것 같다. 오늘은 1탄을 이 정도로 마무리 하고 2탄에는 많은 동영상과 사진을 곁들여서 좀더 정밀하게 파고 들어가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