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27일 오후 “성곡미술관 후원과 관련해 그동안 몇몇 기업만 조사했는데 앞으로는 관련된 기업을 모두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런 검찰의 방침은 그동안의 조사 결과 변 전 실장이 많은 기업에 대놓고 후원 압력을 행사했고 여기에 신씨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어느 정도 밝혔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씨는 2004?2005년 대우건설 측에 성곡미술관이 기획한 미술전시회를 후원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연간 5억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변 전 실장은 고교 동기인 박세흠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씨가 찾아갈 테니 도와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우건설 측은 신씨의 요구액이 너무 많다고 보고 변 전 실장에게 깎아줄 것을 부탁했다. 결국 2004, 2005년 성곡미술관 후원금은 당초 요구액의 5분의 1 수준인 1억원씩으로 결정됐다. 대우건설은 지난해에도 9000만원을 후원해 총 2억9000만원을 성곡미술관에 후원했다.
또한 검찰에 따르면 다른 기업의 후원도 신씨의 청탁을 받은 변 전 실장의 압력에 의해 대부분 그룹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결고리는 그룹의 CEO급 임원으로 특히 변 전 실장의 부산고 학맥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성곡미술관에 1억여원의 후원금을 지원하게 된 배경에 변 전 실장의 부산고 선배인 이우희 에스원 사장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사장이 변 전 실장으로부터 성곡미술관에 대한 지원을 요청 받았고 이는 삼성 구조조정본부를 통해 그룹 수뇌부에게까지 알려진 뒤 삼성전자를 통해서 지원됐다는 것.
이에 대해 에스원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도 검찰과 언론을 통해 그 소식을 알았지만 정확한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억대의 돈을 성곡미술관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기아자동차에는 박정인 부회장을 매개로 한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었으며 LG애드 역시 변 전 실장의 요청에 따라 그룹 규모에서 지원금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러한 변 전 실장의 부탁은 대기업으로서 엄청난 압박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각 경제부처의 대기업 정책이 청와대 정책실과의 조율을 통해 집행되는 만큼 변 전 실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
검찰은 이에 따라 변 전 실장과 신씨에 대한 신병처리 이전에 시간을 갖고 성곡미술관에 후원금을 낸 소수 특정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등 후원업체 전체에 대한 조사를 벌여 변 전 실장의 직권 남용 여부와 신씨와의 공모 등에 대해 추가적인 물증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