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사상 유례 없는 불황을 겪었던 한국영화는 7~8월 '디 워'와 '화려한 휴가'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희미한 부활의 기미를 보였으나 9월 이후 연말까지 특별히 기대작이라 할 만한 영화가 눈에 띄지 않아 전망이 암울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주요 영화제작ㆍ배급사 측에서는 나름대로 기대작이라고 홍보하는 영화들이 있긴 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냉정하게 봤을 때 올해의 '화려한 휴가'나 지난해의 '괴물' '타짜'와 같이 개봉 전부터 기대와 관심을 모으는 영화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 중평이다.
우선 CJ엔터테인먼트가 하반기에 투자 또는 배급하는 영화로는 '바르게 살자' '스카우트' '색즉시공2' 등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까지 매년 연말에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대작을 선보였던 CJ엔터테인먼트는 그러나 올 연말에는 그 같은 대작을 내놓지 않을 예정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영화사 입장에서는 기대작 아닌 것이 없겠지만 지난해의 '중천'이나 재작년의 '태풍'과 같이 크게 '힘을 준' 작품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전작이 큰 인기를 끌었던 '색즉시공2'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쇼박스㈜미디어플렉스는 '행복' '어깨너머의 연인' '특별시 사람들' '성난 펭귄' '열한 번째 엄마' '묘도야화' 등을 하반기에 배급할 계획이다.
CJ와 마찬가지로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은 없지만 나름대로 오밀조밀한 매력을 가진 중소 규모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시네마서비스는 '궁녀' '뜨거운 것이 좋아' '기다리다 미쳐' '싸움' 등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지만 역시 특별한 흥행 기대작이라고 할 만한 영화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밖에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귀휴' '일편단심 양다리', 프라임엔터테인먼트의 '세븐데이즈' '비밀' '더 게임', 청어람의 '엠' 등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개봉 대기 중이다.
물론 의외의 영화가 히트를 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시나리오의 신선도나 완성도, 감독 또는 출연배우의 면면 등의 정황을 살펴볼 때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는 것이 영화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국내 영화사들이 나름대로 기대를 걸었던 추석 극장가만 봐도 예년 같으면 어느 정도 흥행이 됐어야 할 전형적인 코미디나 드라마물이 예상만큼 관객의 호응을 받지 못하면서 한국영화를 평가하는 관객의 기준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해야만 했다.
CJ CGV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가, 여름 성수기에는 '디 워'와 '화려한 휴가'가 극장가를 북적이게 했지만 하반기에는 할리우드도 그렇고 특히 한국영화가 이렇다하게 눈에 띄는 기대작이 없어 영화관 입장에서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