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자 항구도시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빈민층과 이민자들의 애환을 삭여준 것이 탱고다. 아르헨티나 시인 엔리케 산토스 디세폴로는 "탱고는 춤으로 표현될 수 있는 가장 슬픈 사색"이라고 정의했다.
서정적이면서도 애잔한 리듬과 강렬한 열정을 담고 있는 탱고가 경제적 가치가 높은 문화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1일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탱고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만 연간 1억3천500만달러의 수입을 가져다주었다. 간접적인 수입까지 합치면 4억달러는 족히 될 것으로 추산된다. 4억달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 전체 상거래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를 찾은 '탱고 관광객'은 연간 130만명에 달했다. 탱고 강좌가 400만 시간을 기록하면서 탱고 춤을 한번쯤 배운 사람도 190만명에 이르고 있다. 탱고 음악 CD 판매량도 60만장을 기록했다.
1995년까지만 해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에 6개에 불과했던 탱고 공연 관련 시설이 지금은 130개의 밀롱가(Milonga;탱고 춤 공연장)와 40개의 탕게리아(Tanqueria; 탱고 춤을 보며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곳)가 생길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다.
전설적인 탱고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1890-1935)에 대한 추억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던 1960~1970년대를 거쳐 탱고와 클래식을 접목시킨 새로운 장르로 탱고의 중흥을 이끌었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1992년 사망할 때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탱고는 이후 침체기를 맞는다.
경제 불안까지 겹치면서 1991~2002년 사이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찾는 '탱고 관광객'은 눈에 띄게 줄었으며, 탱고 관련 업체들이 잇따라 파산에 직면하는 등 위기가 닥쳤다.
그러나 2001~2002년을 고비로 아르헨티나를 지독하게 괴롭혀온 경제 위기가 서서히 극복되면서 탱고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 관광객이 다시 몰려오고,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증대로 주머니 사정이 좋아진 서민들이 문화에 관심을 돌린 것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 소재 문화산업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 관광객의 23%가 탱고를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로 꼽았다. 2위를 차지한 축구(10%)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 호텔들도 탱고 마케팅에 한창이다. '오스텔모탱고'(Hostelmotango), '아르헨탱고 오스텔'(Argentango Hostel), '아르헨티나 탱고 호텔'(Argentina Tango Hotel) 등 탱고를 소재로 한 테마 호텔이 등장하는가 하면 기존 호텔들은 객실을 탱고 분위기로 꾸며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다. 투숙객들에게 탱고 춤 무료강좌를 실시하는 곳도 늘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 정부와 업계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탱고 관련 산업의 매출액이 연간 30억달러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아르헨티나 탱고'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 인구의 5%에 해당하는 16만명이 참가하는 탱고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탱고 붐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탱고를 확실한 문화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인프라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외국 관광객이 외면하는 즉시 또 다시 쇠퇴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