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중재를 포기한 대다수 분쟁은 결국 소송으로 이어져 금융소비자가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힘겨운 소송을 벌여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김양수.차명진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금감원 분쟁 조정국에 접수된 보험 분쟁 8천219건 중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합의권고를 해 보험사가 이를 받아들인 사례는 5건에 불과했다.
금감원이 보험소비자의 억울한 민원을 해결해준 사례가 1천643건 당 1건으로 확률로 따지면 1만 분의 6이었다.
통상 보험 소비자가 민원을 내면 금감원 분쟁조정국은 사안을 판단해 보험사 주장이 옳을 경우 민원을 기각하고 소비자의 민원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으면 보험사에 합의를 권고한다.
이 때 보험사가 금감원의 합의권고를 받아들이면 사안이 마무리되지만 불복하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소송으로 이어진다.
보험분쟁은 2005년 1만4천47건, 2006년 1만5천487건, 올 상반기만도 8천219건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금감원의 합의권고 건수는 2005년 253건, 2006년 129건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14건으로 급감했다.
그나마도 보험사들은 합의권고 중 5건만을 수용, 합의권고 수용비율이 35.7%에 불과했다. 2005년 63.6%, 2006년에 65.8%였던 점을 감안하면 수용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보험중재 역할을 하지도 않을 뿐더러 합의권고를 해도 보험사들에 무시당하면서 소비자들이 소송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와 소비자가 다시 한번 사안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조정제도를 도입하면서 합의권고가 줄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합의권고가 법적 효력이 없다 보니 보험사가 이를 무시하고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금감원이 합의권고 등 중재 기능을 사실상 아예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