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 주택경기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는데다 청약가점제 시행 이후 청약 예정자들이 가점을 높이기 위해 통장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아파트 청약시장은 인기단지에는 청약자들이 몰리고, 비인기단지는 외면받는 등 청약 경쟁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청약을 받은 강원도 춘천시 동면 만천리 KCC 스위첸 아파트의 경우 367가구 모집(군인공제회 특별공급 물량 제외)에 3순위까지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건설사가 의도적으로 판매 대상을 제한하기 위해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게 게재해 청약자 수를 최소화하는 경우(일명 '깜깜이 청약')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아파트 공개 청약에서 청약자가 '0'인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이 아파트는 비투기과열지구에 있어 계약과 동시에 전매가 가능하고, 계약금을 5%로 낮추고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융자해주는 등 금융조건도 좋았기 때문에 담당자들은 이번 결과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방 청약시장이 침체돼 있다고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판매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 지 매우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높은 분양가와 주변에 널린 미분양이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에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새 아파트도 미분양이 남아 있고, 분양가 이하의 매물도 있는데 누가 청약을 하겠느냐"며 "분양가도 높은 편이어서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가점제 시행이 얼어붙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청약을 한다해도 가급적 입지여건이 좋고 지명도가 높은 아파트만 선별 청약하려는 게 최근 분위기"라며 "가점제가 시행되고부터는 청약통장을 함부로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