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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주가폭락 이슈에도 줄줄이 '매수' 의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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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주가폭락 이슈에도 줄줄이 '매수' 의견만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6.10.1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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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 모(남)씨는 최근 '한미약품 늑장공시 사태'로 약 1천7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 하루 아침에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손해가 막심했지만 해당 종목을 추천한 증권사나 제약사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 더욱이 최근 발간되는 한미약품 증권사 리포트에도 '매수' 의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 씨는 배신감마저 들었다고. 그는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의견은 여전히 매수 종목이라고 하니 황당했다"고 전했다.

한미약품(대표 임성기, 이관순)이 독일 제약사와의 기술계약 해지통보를 늦게 공시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늑장공시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을 단 1건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주가 폭락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매수' 위주의 투자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한미약품의 주가는 늑장공시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이었던 지난 달 29일에는 62만 원이었지만 12일 종가기준 43만3천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아 주가가 30.2%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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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장공시 이슈 이후 한미약품 주가 현황(단위: 원)
◆ 리포트 낸 9개 증권사 모두 '매수'...목표가만 줄줄이 하향

늑장공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30일 이후 현재까지 국내 증권사 중 한미약품 리포트를 낸 곳은 총 9곳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매도' 의견을 단 한 번이라도 낸 증권사는 없었다.

증권사들은 신약개발 리스크가 부각돼 투자심리 악화가 우려되지만 다국적 제약회사와의 계약이 남아있고, 임상실패나 기술수출 반환 등 이번에 한미약품이 겪은 리스크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범위라는 평가를 내리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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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증권 구자용 애널리스트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폐암표적항암제를 신약 가치에서 제외하고 신약개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떨어졌다"며 "다만 다국적 제약사와의 계약이 남았고 제넨텍 사와의 추가 기술수출 계약으로 기술력에 대한 우려는 불식시켜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정보라 연구원도 "신약개발 리스크가 부각되고 제약 및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 우려된다"며 "다만 신약개발 중 임상 중단은 피할 수 없는 이벤트 중 하나이며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성장통"이라며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반면 증권사들은 한미약품 목표가를 대폭 낮췄다. 현대증권(대표 윤경은)의 경우 종전 122만 원 이었지만 지난 4일에 71만 원으로 낮춰 감소율이 무려 41.8%에 달했다.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도 109만 원에서 74만 원으로 32.1% 내렸고 대신증권(대표 나재철)과 HMC투자증권(대표 김흥제)도 종전 목표가 대비 30% 떨어졌다.

해당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판단하고 이에 합당한 목표 주가를 설정해야 하지만 단기 이슈 하나에 목표 주가가 휘청거린다는 점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는 요소다.

결과적으로 주가 가치는 기존보다 최대 30~40% 이상 내리면서 정작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는 것이 증권사들의 온당한 평가인지에 대한 개미 투자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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