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하나금융은 한화그룹,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롯데카드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하나금융의 입찰 참여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려는 김정태 회장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 1기와 2기와 KEB하나은행 통합 안정화에 중점을 뒀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3기는 내실 성장과 외연 확장에 힘을 쏟았다. 하나금융이 지난해 당기순익 2조2402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김정태 회장은 3기 출범 첫 해에 순항을 이어갔다.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실적 비중은 10%대로 김 회장은 오는 2025년까지 비중을 30%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사실 김 회장은 그동안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 등 활발한 투자를 진행할 때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과거 외환은행 인수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며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자본력을 회복중인 하나금융은 비은행 계열사에 적극적인 사업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나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2016년 상반기 11.35%, 2016년 말 11.77%, 2017년 상반기 12.59%, 2017년 말 12.74% 등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우선주 배당 등에 쓰이지 않는 보통주 자본금을 전체 자산으로 나눈 비율인데 높을수록 사업투자나 인수합병 등에 쓸 수 있는 자본금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통주 자본비율은 12.99%로 집계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2월 하나캐피탈 지분 42.65%를 2700억 원에 사들여 하나캐피탈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나금융투자에는 3월에 7000억 원, 12월 4976억 원 규모로 두 차례 유상증자를 했다. 하나생명에도 7월 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출자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중 비교적 ‘약체’로 분류되는 하나카드의 외연 확장을 위해 롯데카드 인수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정태 회장은 올해 초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인수합병 시장에 좋은 매물이 있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 같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 합병 이후 자본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힘썼던 만큼 현재는 재무상황이 탄탄한 편”이라며 “김 회장이 빠르게 비은행 부문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하나카드, 롯데카드 인수로 업계 상위권 진입 가능...“시너지 효과 충분”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상위권 도약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067억 원으로 업계 상위권인 신한카드나 삼성카드가 각각 연간 9000억 원과 3000억 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중하위권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그러나 연간 1000억 원대의 순이익을 내는 롯데카드와 하나카드와 합병하게 된다면 순이익 규모가 단숨에 2000억 원을 웃돌며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롯데카드를 매각하더라도 롯데백화점이나 마트의 고객기반을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하나금융의 카드사업에 큰 보탬이 되리란 예측이다.
롯데카드 입장에서도 이점은 많다. 먼저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금융지주의 후광 효과를 볼 수 있다.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은 AA+, 하나금융지주는 AAA다. 대개 개별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대주주의 신용도도 고려 대상인 만큼 롯데카드가 하나금융 자회사로 편입되면 지금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로써 자금조달금리를 낮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또한 은행과의 협업으로 기업계 카드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다. 현재 롯데카드는 은행 계좌가 없어 출금 기능이 없다. 하지만 하나금융으로 편입되면 신용카드에 체크카드를 결합할 수 있고 은행 창구를 이용한 영업도 가능하다. 신규 회원 유치 시 은행 창구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이나 효과 면에서 유리하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카드가 ‘카드의 정석’ 시리즈를 출시한 지 8개월 만에 200만장 팔 수 있었던 것도 은행계 카드사라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편 이번 하나금융의 롯데카드 인수에 가장 큰 부담은 경쟁 상대가 한화그룹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금융 계열사에 카드사가 없는 한화그룹이 롯데카드 인수에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