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하나의 생물체라고 본다면 기업경영이란 외부 생태계의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대응해나가는 과정이다”
평소 트렌드 변화를 감지하는데 많은 노력을 투여해 온 허태수 GS 신임회장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말이다.

허 회장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스타트업 투자도 같은 관점이다. 대형 함선이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없듯 전통적 대기업 모델이 변화를 읽고 적응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기술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응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허태수 신임회장은 고려대 법대와 조지워싱턴대 MBA를 거쳐 美 컨티넨탈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이후 LG투자증권에서 M&A팀장, IB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공기업과 중견기업의 주식연계채권을 해외 시장에서 발행하여 달러를 조달했다.
2002년도 GS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겨 2007년 대표이사에 오르기 까지 5년의 기간 동안 전략기획부문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MBA를 마치고 회사생활을 시작한지 21년 만에 대표에 오른 셈이다.
허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시기는 홈쇼핑 산업의 성장은 정체되고 경쟁사는 늘어나 저가 경쟁이 치열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 오히려 트렌드 리더 홈쇼핑을 표방하면서 패션을 중심으로 상품의 수준을 끌어올렸고 가격경쟁에 매몰될 뻔 했던 업계가 퀄리티 경쟁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로 만들었다.
GS홈쇼핑의 실적도 대표 취임 직전 연간 취급액 1조8946억 원, 당기순익 512억 원에 불과하던 실적이 지난 2018년에는 취급액 4조2480억 원, 당기순익 1206억 원으로 기록됐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과 손 잡고 해외 홈쇼핑 사업을 벌이는 한편, 국내 기업에게 판로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수출 지원에 주력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유통기업 최초로 무역의 날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 회장은 일찍이 美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운영한데 이어 현지 자회사 GSL Labs를 설립했다. GSL Labs는 Global Sensing & Learning Labs의 줄임 말이다. GS홈쇼핑 직원들의 상당수가 이 곳에서 현장 연수를 받았고 이제는 GS그룹의 여러 계열사들의 연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디자인 씽킹, 스크럼 같은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의 업무방식을 GS홈쇼핑에서 가장 먼저 적용하여 GS그룹 전체로 확산시켰다.
◆ 디지털로 트랜스포메이션 요구...직원 개개인 자율성‧자발적 혁신 강조
“초경쟁 시대를 이겨낼 핵심 경쟁력은 고객의 개별적 니즈를 얼마나 세밀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디지털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며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업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허 회장은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국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잘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GS홈쇼핑에서 회사 비전을 새롭게 하고 직원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경험하면서 많은 변화를 끌어낸 경험을 살려 그룹 전반에 확산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 개개인의 자발적인고 자율적인 혁신이 조직에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고경영자나 몇 명 리더의 역량으로 혁신을 끌고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고 현업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창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자발적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주문한다.
사업환경 변화가 빠르고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현장의 직원이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허 회장의 경영관은 직원 복지 향상과 직원교육에서도 드러난다. 업무공간과 회의실, 식당, 휴식공간, 화장실에 이르기 까지 직원들의 의견을 일일이 반영하여 설계했다. 직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책임감과 자발적 혁신을 끌어내는 허 회장의 경영 방식은 전임 허창수 회장이 추구했던 배려와 신뢰의 리더십을 발전적으로 계승시켜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나수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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