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家)에서 최고 항열인 구자학(90) 회장이 창업한 아워홈이 2세 남매간의 분쟁을 매듭짓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구자학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63) 아워홈 대표(부회장)와 삼녀 구지은(53) 캘리스코 대표가 지난 2016년부터 후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남매간에 제기된 소송이 항소심까지 이어지면서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구 회장의 차녀 구명진(56)씨가 지난 8월 ‘구본성 대표가 주총소집 청구에도 주총을 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기한 소송은 10월 중순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2심으로 이어지면서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구명진 씨는 캘리스코 지분 35.5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1심 재판부는 ‘주총 소집은 허가하되 감사선임 안건은 주총에서 먼저 논의하라’는 판결을 냈다. 구 씨는 대표이사 해임이 가능하도록 이사회 구성원에 변화를 주기 위해 감사 선임을 위한 주총을 소집했다. 1심 결과 즉각적인 감사 선임 문제가 관철되지 않자 항소에 나섰다.
아워홈 측은 “2심 항고는 캘리스코 측에서 진행한 것으로 아워홈은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문이 종료된 것으로 전해지며, 판결은 내년 1월 중순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남매간 소송은 이뿐만이 아니다.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도 지난 10월 아워홈의 식자재 공급중단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고, “2020년 4월까지 중단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얻어냈다. 일단 최근의 소송전은 동생들이 승기를 잡았다.
아워홈 2세들은 선대들이 대화로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해결하던 것과 달리 법정다툼을 통해 알력을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툼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2세들 사이에 고르게 분산된 지분구조가 지목된다.
아워홈은 오너 2세 4남매가 98.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이 38.56%로 최대주주이고 삼녀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 20.67%, 차녀 구명진 씨 19.60%, 장녀 구미현(60)씨 19.28% 등이다.
2000년 아워홈을 설립한 구자학 회장은 고령인 탓에 지분을 네 자녀들에게 고루 분산해서 나눠줬는데,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현재 공세를 펼치고 있는 구지은 대표와 구명진 씨의 지분을 합치면 40.27%로 구 대표보다 높다. 장녀 구미현 씨가 오빠와 동생들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향후 아워홈 지배구조는 유지되거나 바뀌게 된다.
실제로 구지은 대표는 2015년 7월 12년 동안 몸담아 왔던 아워홈에서 당시 맡고 있던 구매식재사업본부장(부사장) 보직을 해임당한 후 2016년 임시주총을 열어 구본성 대표와 표 대결을 벌였지만 패했다. 구미현 씨가 오빠의 손을 들어준 탓이다.
구지은 대표는 과거 아워홈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임원들과 갈등을 빚자 구 회장이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구지은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열심히 일만 하는 인재들은 일 안하고 하루 종일 정치만 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구본성 대표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헬렌 커티스, 체이스맨해튼은행, LG전자, 삼성물산 등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했다. 구지은 대표가 보직해임 된 이듬해인 2016년 3월 아워홈 등기이사에 등재됐고 6월에는 대표로 선임됐다.
구명진 씨가 최근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감사선임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사회 구성원에 변화를 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사의 추가선임을 통해 과반 의결을 통한 대표이사 해임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아워홈 이사회는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와 임원, 감사 등 12명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또한 세 자매가 힘을 모은다는 가정 하에 이뤄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구 대표가 구미현 씨만 우호군으로 끌어 들이면 지배구조 변화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경영사안에 대해 사사건건 트집 잡는 갈등양상은 여전히 이어질 수 있다.
구 대표가 구미현 씨를 등에 업는다 해도 정관변경, 영업 양도·양수, 이사 또는 감사 해임, 주식분할 등 주총 특별결의 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의결권의 3분의 2가 필요한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구지은 대표와 구명진 씨가 지분의 40%를 앞세워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또 구본성 대표 입장에서는 남매간 알력이 남아 추후 3세 승계 시 증여·상속으로 지분율이 하락될 경우 경영권을 더욱 크게 위협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도 부담거리다.
구지은 대표와 구명진 씨는 언니의 지분을 일부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구명진 씨의 남편은 메리츠금융그룹 조정호 회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LG의 장자승계 원칙이 오랜 기간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왔던 구지은 대표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범LG 오너 일가 중 여성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인물은 한 명도 없다.
아워홈 관계자는 “아워홈은 급식 등 식품사업부문을 주력으로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었다”며 “구지은 대표는 구매본부를 담당했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구본성 대표 체제에서 아워홈은 배당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아워홈은 매년 주당 150원~2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 기간 배당성향은 30%~40%다. 하지만 구 대표가 취임한 2016년 첫해 주당 배당금은 300원으로 올랐고 배당성향은 60%로 높아졌다. 2018년도 배당금은 주당 750원으로 150%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 아워홈 배당 규모가 너무 작았기 때문에 최근 늘리고 있다”며 “이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뤄진 사안”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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