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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2020' 성적표①] 재벌그룹 2020년 매출목표 '못 지킬 약속'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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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2020' 성적표①] 재벌그룹 2020년 매출목표 '못 지킬 약속'이었나?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1.0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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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기업들은 한 때 '비전 2020'이라는 이름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2020년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시점에서 각 기업들이 내건 경영목표가 얼마나 실현 됐는지, 혹시 주먹구구식의 경영전략은 아니었는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비전 2020'을 내걸고 매출목표를 제시한 곳은 롯데, 포스코, 한화, CJ, 현대백화점 등 5곳이다. 삼성과 SK, GS, LS 등은 그룹 매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계열사들이 2020년 목표 매출을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의 2018년 매출을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그룹 매출 목표를 밝힌 5개 그룹의 평균 달성률은 37.4%에 불과했다. 공정위 발표는 개별기업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종속기업 매출을 포함하면 실제 달성률은 이보다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종속기업의 매출 규모는 주력 계열사에 비해 크지 않기 때문에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 흐름이 큰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해 매출이 집계되더라도 '비전 2020' 달성에는 턱 없이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룹별로 보면 현대백화점은 일부지만 목표 달성이 유일하게 가능해 보인다. 한화는 40%대, 롯데와 포스코는 35% 안팎으로 올 연말까지 목표 달성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CJ는 25%에 그쳐 갈 길이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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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0년 창립 39주년을 맞아 ‘2020년 매출 20조 원, 경상이익 2조 원’을 제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시 그룹 매출은 3조4000억 원에서 2018년 9조 원으로 165.2% 증가했지만, 목표치와는 차이가 크다.

다만 현대백화점이 밝힌 목표 매출은 총매출 기준이다. 공정위가 집계한 매출은 총 판매액에서 수수료 등의 매출로 의미가 다소 다르다.

현대백화점의 2018년 기준 총매출은 19조3000억 원으로 신규점 출점을 앞둔 올해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이익은 8000억 원 수준으로 2조 원 달성이 힘들다.

현대백화점 측은 “올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과 남양주점을 개점하고, 연 매출 7000억 원의 두타면세점을 인수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0년 2020년 140조 원 매출 달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2018년 매출은 60조 원으로 비전 제시 당시인 2010년에 비해 95%나 증가했지만 목표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상장사들의 매출 전망치는 72조5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 연말까지 그룹매출을 140조 원으로 늘리는 건 가능해보이지 않는다.

한화는 미래먹거리인 태양광과 주력 사업인 방산부문 강화를 골자로 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태양광은 2010년 사업 진출 당시 1조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4조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방산부문도 1조 원 수준에서 2018년 13조4000억 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주력 및 신사업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음에도 2020년 목표와 큰 차이를 보이는 탓에 각 그룹 내부에서는 당초 목표치가 너무 높게 설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수의 그룹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좋지 못해 성장이 정체된 부분도 있지만 비전 달성률이 낮게 나온 것은 2020년 목표 수준을 높게 잡은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CJ그룹도 비전 제시 당시에 비하면 2018년 매출이 125.5%나 증가했지만 목표치인 100조 원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다만 CJ의 경우 실적으로 보이는 매출은 목표치와 차이가 크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콘텐츠를 확산하는 등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부분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포스코그룹은 2011년 비전 제시 당시 79조6610억 원이던 매출이 2018년에는 되레 68조9000억 원으로 13.5% 감소했다. 2011년에 제시했던 2020년 매출 목표가 200조 원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포스코의 경우 비전 선포 당시에는 적극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한 외형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었지만, 이후 회장이 교체되면서 철강사업 중심의 내실다지기에 나서면서 외형 확대 전략을 수정한 바 있다. 따라서 전임 회장 시절에 수립된 비전은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포스코 관계자는 “비전 2020은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 수립한 목표이고, 권오준 전 회장 시절에 이미 폐기처분된 목표와 다름없다”며 “목표달성 여부보다도 부실의 늪에서 벗어나 향후 100년을 바라볼 수 있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2009년 유통·금융 90조 원, 유화·제조 45조 원, 식품 20조 원, 건설·관광 20조 원, 상사·정보통신 25조 원 등 총 200조 원의 그룹 매출 목표를 세웠으나, 2016년 들어 2020 비전을 철회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6년 신동빈 회장은 “외형 성장에만 집중한 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다”며 “성장 전략을 양적 성장 방식에서 사회와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인 오프라인 유통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목표로 삼았던 매출 달성이 힘들어진 것도 비전 철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실제 2016년 롯데그룹 매출은 73조9730억 원으로 목표의 37% 수준에 그쳤다. 2018년 매출은 73조4300억 원으로 소폭이지만 감소했다. 롯데 상장사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전망치도 40조3990억 원으로 전년보다 1.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차원의 비전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주력 계열사의 목표가 설정된 삼성, SK, GS, LS그룹 등도 달성률이 52.4%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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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2009년 삼성전자가 2020년까지 매출 약 4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고, 2010년대 중반에는 삼성물산이 60조 원, 삼성중공업이 40조 원을 목표로 잡은 바 있다. 3개사의 매출목표 합계만 500조 원에 달하지만 2018년 매출은 269조 원으로 목표의 53.9%에 불과하다. 공식 집계되지 않은 지난해 매출은 280조 원으로 추정돼 달성율이 56%에 그친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2014년 9월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통해 2020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그해 11월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되면서 계획이 조기에 틀어졌다.

삼성전자도 비전 2020 자체가 무효화된 상태로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 비전이 이를 대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2015년 C&C 사업부문을 통합하면서 출범한 지주사의 매출 목표를 200조 원으로 잡았는데, 지난해 매출은 100조 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보다 0.8% 감소한 규모다.

GS그룹의 경우 2012년 GS건설이 2020년 매출 27조 원을 목표로 내걸었고, LS그룹은 2010년 LS니꼬동제련이 20조 원 매출 목표를 세웠지만 달성률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LG그룹은 2020년 매출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에너지(태양전지, 스마트그리드) ▲전기자동차 부품(배터리 등) ▲리빙에코(LED·OLED 조명, 수처리, 그린빌딩) ▲헬스케어 등 4개 분야 그린사업 매출 비중을 전체의 15%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4개 분야의 매출비중은 약 10%에 그쳐 목표치와는 다소 격차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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