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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20' 성적표⑥] 한화, 매출목표 달성 실패에도 '질적 성장'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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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20' 성적표⑥] 한화, 매출목표 달성 실패에도 '질적 성장' 성과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1.10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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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기업들은 한 때 '비전 2020'이라는 이름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2020년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시점에서 각 기업들이 내건 경영목표가 얼마나 실현 됐는지, 혹시 주먹구구식의 경영전략은 아니었는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09년에 한화그룹은 2020년까지 매출 142조 원, 영업이익 12조 원을 달성한다는 ‘퀄리티 그로우스(Quality Growth) 2020’을 선포했다. 그리고 그 중간 목표로 2015년에 매출 65조 원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비전 완성까지 1년이 남은 현 시점에서 매출 목표는 사실 달성이 힘든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2018년 매출 60조1620억 원으로 목표의 43%를 달성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주)한화, 한화생명, 한화손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들의 연결기준 매출 전망치도 82조1200억 원으로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성장세는 나쁘지 않았고, 신규사업 육성 등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비전을 제시했던 2009년 매출 28조9890억 원에 비하면 2018년 매출은 107.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조920억 원에서 3조1390억 원으로 187.5% 늘었다.

다만 지난해 주요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2380억 원으로 전년 2조6190억 원보다 52.7% 감소했다. 한화생명이 저금리 기조와 국내외 불확실성으로 주식 손상차손 등 투자이익이 줄며 74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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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20 매출목표는 선언적 의미"...상생확대, 신사업 육성 등 성과 내

한화그룹 측은 2020 비전으로 제시한 실적 달성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사업 질적인 측면에서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한다. 매출 성장뿐 아니라 상생확대, 신사업 비중 10% 등의 목표도 성과를 냈다.

그룹 관계자는 “2020 비전으로 제시한 목표치는 선언적 의미로 높게 잡은 감이 있다”며 “수치화된 목표보다는 한화가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을 발굴하고 키우는 질적 성장을 중시한 점에서 성과는 있다”고 말했다.

우선 한화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태양광 사업은 2010년 사업 진출 당시 1조 원에서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실적만으로도 4조300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커졌다. 연평균 증가율은 33%에 달한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보던 영업이익도 지난해부터는 턴어라운드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까지 15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주)한화 매출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11.5%를 기록했다. 바이오와 함께 매출 10%를 기록하겠다던 수치를 태양광 홀로 달성한 셈이다.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질적 성장을 미래비전으로 제시한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사장이 뚝심으로 이끌어 왔다.

김승연 회장은 2011년년 10월 창립기념일 당시 “태양광 사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하고 그룹의 새 역사를 이끌 소중한 토대로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삼성, LG,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그룹들이 공급과잉으로 태양광 사업을 포기하던 상황에서도 김 회장은 2012년 4월 누적적자 4600억 원, 공장가동률 20%로 파산한 독일 기업 큐셀을 인수했다. 웅진그룹처럼 태양광 사업에 손댔다가 유동성 위기에 빠져 그룹이 붕괴되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한화솔라원, 한화큐셀, 한화케미칼 등으로 태양광사업 규모를 키웠다.

한화큐셀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되며 적자투성이로 인고의 세월을 견딘 과실을 맺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케미칼은 올 들어 한화큐셀과 합병하며 한화솔루션으로 새 출발 했다. 주력 사업인 화학과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및 첨단소재를 통합해 경영 효율화를 통한 시너지를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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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빅딜로 화학·방산 사업재편, 시너지 통한 성장 구조 구축

기존사업 강화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2015년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화학은 한화토탈(구 삼성토탈)과 한화종합화학(구 삼성종합화학), 방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구 삼성테크윈), 한화시스템(구 삼성탈레스) 등을 계열사로 편입하며 사업 시너지 제고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뤘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의 전폭저인 지원 아래 인수합병(M&A)과 국내외에 생산설비를 늘리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 전망치는 5조377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0.8% 증가했다. 이는 한화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영업이익도 2018년 530억 원에서 지난해 1760억 원으로 232.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두산DST(현 한화디펜스), 지난해 6월에는 미국에서 항공우주산업의 정밀 부품을 개발·제작하는 EDAC테크놀로지 지분 100%를 3억 달러(약 35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작사인 미국 프랫&휘트니(P&W)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M&A로 향후 추가 수주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기 엔진 제조 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제공동개발(RSP) 글로벌 파트너로 위상이 높아졌다”며 “엔진부품사업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항공기 엔진 글로벌 넘버원 파트너’의 비전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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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위해 바이오 사업은 철수

상생활동을 확대하겠다는 목표와 관련한 움직임도 보였다.

2011년부터 협력사와의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는 동반성장 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에는 ‘600억 원 일자리창출 상생펀드’에 기금 300억 원을 냈다. 한화그룹이 조성한 누적 기금 규모는 1930억 원에 이른다.

금융지원과 함께 컨설팅을 통해 협력사의 취약부문을 개선하는 ‘공정개선 프로그램’, 제조원가 및 품질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원가 관리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태양광과 함께 2020 비전 매출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청사진을 그렸던 바이오 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매각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중 2012년 만료될 것으로 예상됐던 오리지널 약품의 특허가 2028년으로 연장되면서 사업이 힘들어졌다.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경우 특허분쟁도 부담요소로 고려됐다. 수익을 포기하고 막대한 투자금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쏟았던 바이오 사업은 결국 2015년 매각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석유화학 시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바이오사업도 잘 풀리지 않아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2020년을 맞아 또 다른 10년의 질적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각 사별로 질적 차별화를 가속화하고 핵심사업은 글로벌 리더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2020년은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야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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