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장중에 90.60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종가도 90.46달러로 마감, 종가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19일 개장 전 전자거래에서 90.06달러를 기록한 이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 우려가 부각되면서 사흘 연속 내렸던 유가가 전날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를 빌미로 상승 분위기로 반전되면서 거침없는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1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장중에 배럴 당 87.59달러까지 올라 지난 1988년 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의 급등세는 전날 발표된 미국 원유재고의 예상 밖 감소의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중동지역의 불안이 가중된데다 고유가를 방치하는 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계자들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촉발됐다.
차키브 켈릴 알제리 에너지장관은 고유가가 생산 부족 때문이 아니라면서 다음달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열리는 비공식 회담에서 증산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는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도 시장에 많은 원유가 공급되고 있으며 고유가에도 달러화의 가치하락으로 산유국들 역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가격밴드나 목표가격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혀 증산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적인 원유수요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세계 원유의 40%를 공급하고 있는 OPEC의 증산여력 부족, 투기자금의 유입, 달러화 약세 등 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시장의 불안심리가 계속 부각되면서 유가가 상승탄력을 받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하락보다는 상승을 예상하면서 공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 조만간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원유 소비국들이 기대했던 OPEC의 추가 증산도 물 건너간 분위기이며 이달 말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하 결정이 내려지면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유가를 자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우먼 버러캣 맥쿼리 퓨처스 USA의 수석 부사장은 유가가 언제 100달러를 돌파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100달러를 넘어서느냐가 관심이라면서 적어도 현 상태에서는 유가 상승세의 발목을 잡을 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씨티그룹 글로벌 마켓의 애널리스트인 팀 에번스도 미국이 지난 1979년부터 이란을 제재해왔고 이라크 북부에 대한 터키의 공격의도도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요소들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는 말로 시장의 강세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제적인 원유수요 감소 우려를 촉발시킬 수 있는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주말 사상 처음으로 90달러를 돌파한 뒤 곧바로 하락한 것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란 점을 감안할 때 언제 다시 시장의 우려가 수요감소 쪽으로 돌아설 지 모른다는 것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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