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액권 인물 도안으로 10만원권은 백범 김구, 5만원권은 신사임당이 확정됨으로써 이 두 인물과 직접 연관된 역사적 사건이나 유물, 그리고 이들이 대표하는 항일독립운동과 여성.문화예술계의 상징적 표상이 보조소재로 선정될 전망이다.
김구의 경우 관련 자료가 많이 남아 있고 독립운동과 관련된 상징 소재를 찾기가 쉬운 편이다.
특히 김구의 친필 자서전으로 보물 1천245호로 지정돼 있는 '백범일지'는 현재 1만원권의 앞면 바탕에 용비어천가의 2장의 내용이 사용된 것처럼 일지의 주요 내용이 활용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신사임당의 경우 이미 새 5천원권에 초충도가 뒷면의 소재로 채택돼 있고 앞면에는 오죽헌이 들어가 있어 새로운 보조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고액권 인물 도안 선정 과정에서는 최적의 인물을 찾아내는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존 화폐와의 전체적인 통일성까지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율곡 이이가 인물 도안으로 채택된 5천원권과 신사임당이 등장하는 5만원권의 소재가 중첩될 소지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은 따라서 향후 4-5년내 위.변조방지 요소를 업그레이드할 때 5천원권의 도안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고액권의 디자인에서 또 다른 난제는 과도하게 들어가야 하는 숫자 영(0)을 어떻게 심미적으로 조화시킬 것인지 여부다.
지폐에는 숫자로 표시되는 액면금액이 앞.뒷면에 2개씩, 모두 4개가 들어간다. 따라서 10만원권에는 앞뒷면에 영이 무려 20개나 필요하다.
앞면에는 '100000' 이라는 커다란 숫자가 좌우에 꽉 들어차기 때문에 지폐 도안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올해 초 발행된 새 1천원의 가로 길이는 138㎜로 이 가운데 앞면 좌측하단 부위에 새겨진 '1000' 액면표시 숫자의 가로 크기는 32㎜다.
1천원 지폐의 가로 길이에 대비한 액면숫자의 비율은 23.5%다.
1만원 지폐의 좌측하단 액면숫자의 가로 길이는 41㎜로, 지폐 전체 길이 148㎜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7.7%로 커진다.
현재 유통중인 지폐의 액면숫자 크기는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10만원권의 경우에는 '영'이 하나 더 추가되면서 숫자의 가로길이는 50㎜로 길어지고 지폐의 가로길이 160㎜에 대비한 액면숫자의 길이 비중은 31.3%로 커진다.
지폐 길이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공간에 액면 숫자가 가로로 배치되는 셈이다. 그림으로 그려놓고 보면 화면 가득히 동그라미가 꽉 들어차는 느낌이다.
인물 초상과 여타 보조소재를 심미적으로 배치하기에 꽤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게 한은 실무자들의 설명이다.
고액권의 색상 선택도 쉽지 않은 과제다.
올해 초 발행된 1만원권과 1천원권의 색상이 비슷해 혼돈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어 고액권은 좀 더 확실하게 구별되는 색상을 적용해야 하지만 지폐권종이 3종에서 5종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고를 수 있는 색상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유통중인 새 지폐는 1천원권이 청색, 5천원권 적황색, 1만원권 녹색 등으로 차가운 색상(청색.녹색)과 따뜻한 색상(적황색)이 교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 순서에 의하면 5만원권은 따뜻한 색상이, 10만원권은 차가운 색상이 적용돼야 한다.
따라서 5만원권은 붉은색 또는 노란색이 기조색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으며 10만원권은 푸른색 계열의 차가운 색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1만원, 1천원의 색상이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 마당에 고액권 2종 지폐에 기존의 지폐와 선명하게 구별되는 색상을 골라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여서 한은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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