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조치는 최근 은행간 과열 경쟁으로 중기대출 쏠림 현상이 심화하자 금융감독 당국이 잇단 경고음을 보낸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신규 대출을 중단함에 따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중기대출 억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감독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전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대출 신청 건만 집행하고 이달 말까지 중기.소호 관련 신규 대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경기변동에 민감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규 대출을 억제하기로 했다"면서 "기존 거래고객에 대한 대출금의 기한연장이나 재약정 등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앞서 부동산업, 음식숙박업 등 관리대상업종에 대해 영업점장 전결 금리를 낮추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으나 중기대출이 계속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신규 대출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금융감독당국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점이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중기대출이 빠르게 늘어났다"며 "국민은행 경영진에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받고 있어 금융감독당국의 '의중'이 곧바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국민은행 이외에 신한.우리은행 등에도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 은행도 조만간 중기대출 억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오는 20일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은행의 외형확대 경쟁과 중기 대출에 대한 쏠림현상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의 중기대출 운용은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중기대출 증가율을 볼 때 아직까지 건전성 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연체 추이를 주시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은행권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침체하자 중기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중기대출은 8조원 이상 늘어나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권 중기대출 월별 증가액은 지난 6월 8조원에서 7월과 8월에는 3조~4조원으로 둔화했으나 9월 7조원으로 다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3.4분기 중기대출 연체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3분기 중기대출 연체율이 1.32%로 전분기 말에 비해 0.32%포인트 급등했으며 신한은행도 1.24%으로 0.26%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도 전 분기 말에 비해 0.04%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대출 연체율이 증가한 것은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자부담이 커진데다 원화강세 및 고유가 등으로 중기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급증한 중기대출이 금융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주택'이라는 담보를 건질 수 있지만 중기대출은 사업체가 부도가 날 경우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 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이와 함께 증시 및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로 예금 이탈이 지속되는 반면 중기대출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면서 시장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금을 통한 자금조달은 되지 않는데 대출을 급격히 늘리다보니 CD.은행채 등을 발행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은행 수익성은 악화되고 대출금리도 오르는 부작용이 나나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