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채권형 펀드와 단기금융 펀드 등 대체적으로 안정형 상품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증권사 중에서는 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가 가장 많은 판매잔고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증권사 펀드 판매잔고는 444조38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조7364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은행 펀드 판매잔고는 103조8701억 원에서 102조165억 원으로 1조8536억 원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DLF와 라임사태로 인해 은행 판매채널이 대거 위축된데 따른 결과로 분석됐다.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일부 증권사는 공모펀드 판매잔고가 줄었지만 사모펀드의 경우 안정형 상품 위주로 늘어나면서 전체 펀드 판매잔고가 늘었다.

개별 증권사 중에서는 신한금융투자 판매잔고가 전년 대비 8조5585억 원 증가한 51조9810억 원으로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공모펀드 판매잔고가 소폭 줄었지만 사모펀드 판매고가 9조 원 가까이 급증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세부적으로는 앞서 언급한대로 단기금융 성격을 띤 펀드 위주로 판매잔고가 늘었다. 채권형 펀드는 13조135억 원에서 16조1666억 원으로 3조 원 이상 늘었고 부동산 펀드 판매고도 같은 기간 1조7000억 원 이상 급증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3개월 간 펀드 판매잔고가 3조 원 이상 급증했는데 그 중 2조 원 이상이 단기금융펀드에서 발생했다. 작년 말 기준 4조5587억 원이었던 단기금융펀드 판매잔고는 올해 3월 말 6조6502억 원으로 약 2.1조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투자 전체 펀드 판매잔고도 48조8712억 원에서 51조9810억 원으로 3조 원 이상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증가분 3조 원 중 2조 원 가량이 단기금융에서 발생했는데 특히 단기금융 성격이 강한 레포펀드 중심의 인하우스 헤지펀드에서도 판매 성과가 나타났다"면서 "현재 시장 분위기상 다른 펀드 유형에서 늘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금융쪽에서 늘어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줄곧 판매잔고 1위를 유지했던 미래에셋대우는 전년 대비 5조4573억 원 증가했지만 신한금융투자에 밀려 2위로 한 단계 내려왔다. 특히 공모펀드 판매잔고가 6000억 원 이상 줄었지만 3월 말 기준 12조364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편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은 판매잔고 10조 원 이상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펀드 판매잔고는 전년 대비 6392억 원 감소한 39조8183억 원으로 4위에 머물렀다. 공모펀드는 6558억 원 증가했지만 사모펀드 판매잔고가 1조2950억 원 감소하면서 전체 판매잔고도 순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7월까지 펀드 판매잔고가 50조 원 이상으로 가장 많았지만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전담 운용기관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해당 기금으로 운용되던 펀드 잔고가 30조 원 후반대까지 급감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주요 금융사고로 타격을 입은 은행권과 달리 금융투자업권은 펀드 판매잔고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단기상품 위주의 증가, 그리고 공모펀드 판매잔고가 줄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 분위기에서는 펀드 판매고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닌데 그나마 안전성향의 단기 상품 위주로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공모펀드 활성화 및 잔고 확대가 업계 화두이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