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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 외치며 주총서 반대표 던졌는데 부결안건 '0'..."공감 없는 의결권 행사"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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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 외치며 주총서 반대표 던졌는데 부결안건 '0'..."공감 없는 의결권 행사" 지적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2.04.04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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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표명한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용진)이 올해 대기업 집단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500개 이상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이 가운데 약 15%는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은 이사 보수한도액과 사내이사 선임이 가장 많았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이 그 뒤를 이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가운데 85%가 찬성표였던데다 반대표를 던진 경우에도 안건이 부결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어 주주권 행사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71개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지난 3월 주주총회 시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은 지분을 보유한 73개 기업의 531개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중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낸 안건은 78개(14.7%)다. 반대표를 낸 기업은 47곳(64.4%)에 이른다.

국민연금의 반대표는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이 34건(43.6%)으로 가장 많았다. 사내이사 후보자의 선임에 대한 반대가 18건(23.1%)으로 뒤이었다.

이어 사외이사 선임 반대 9건(11.5%), 감사위원 선임 반대 8건(10.3%), 정관 일부 변경 6건(7.7%),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변경 3건(3.8%) 등의 순이다.

국민연금은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과 관련해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 및 회사의 규모와 경영성과 등에 비춰 과다하고 판단해 반대했다.

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대체로 해당 인물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보고 반대했다. 후보자 선임 시 회사와의 이해관계로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보는 경우도 많았다.

LS(대표 명노현), 삼성SDI(대표 최윤호), 효성(대표 조현준·김규영), 삼성중공업(대표 정진택)은 전체 안건의 60% 이상에서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았다.

이마트(대표 강희석)와 DL이앤씨(대표 마창민), 삼성SDS(대표 황성우) 역시 주총 안건 절반이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대표 한종희·경계현)가 추종에 부의한 안건 11개 중 5건(45.5%)에 대해 반대했다. 모두 이사·감사 선임에 대한 반대다. 삼성전자는 이번 추종에서 경계현 대표 등 9명의 사내·사외·감사 선임 안건을 올렸다.

이 외에 LS일렉트릭(대표 구자균), 한화시스템(대표 어성철),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존 림), 넷마블(대표 권영식·도기욱), SK이노베이션(대표 김준), 현대위아(대표 정재욱) 등도 안건 3분의 1에 대해 국민연금의 반대를 받았다.

현대자동차(대표 장재훈), 포스코(대표 김학동), 현대백화점(대표 김형종), 현대모비스(대표 조성환), DB하이텍(대표 최창식) 등 25개 기업은 국민연금이 주총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했다.

국민연금이 대기업 집단 계열사 주총에서 반대 의견을 적극 개진했지만 해당 안건이 부결된 것은 한 건도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명확한 원칙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 후보를 반대하는 이유가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들이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해외와 달리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오너 중심인 것도 국민연금 반대가 반영되지 않는 주 요인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남재우 실장은 “국민연금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크다”면서도 “막상 의결권 표 대결에서 보면 특수관계인 등 주요주주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기관과 소액주주의 의견은 반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는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국민연금으로서도 국민의 자금을 수탁한 대리인으로서 운용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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