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한나라당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은 23일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를 결합하는 경제기획원 방식의 장단점에 대해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이명박 당선자 측이 미래에 대비하는 국가전략기획원 같은 조직의 신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조직개편 방향은 심층검토와 사회적 공론화 등을 거치면서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수 있는 만큼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 옛 경제기획원 부활 필요성은 정부내에서는 그동안 미래의 전략을 수립하는 별도의 경제총괄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는 ▲국가의 장기과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부처가 없는 데다 ▲각 부처가 나름대로 부분적인 미래전략을 짜고 있으나 국가 전체 차원으로 통합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뚜렷한 미래 위험요인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예산기능이 없는 재경부가 적은 인력으로 경제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기획처의 재정전략실과 재경부의 경제정책국 기능이 중복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기획처 관계자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미래전략을 수립해 대처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경쟁에서 뒤지게 된다"면서 "이런 미래전략은 재정이 뒷받침돼야 추진력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예산기능을 갖춘 국가전략기획원 같은 조직이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전략기획원이 만들어진다면 과거의 기획경제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전략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옛 경제기획원이 부활하더라도 과거처럼 예산으로 다른 부처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가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현실화 가능성은 있나
옛 경제기획원과 같은 부처는 이 당선자의 경제성장 드라이브나 강력한 추진력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활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 이 당선자는 공약에서 "현행 56개의 중앙 행정조직을 대부처.대국 체제로 개편하고 정부위원회를 대폭 정비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또 ▲재경부의 금융정책 기능 등을 금융감독위원회와 통합해 재무부 또는 금융부 등을 만드는 방안 ▲기획처와 재경부의 국고.세제 등을 합쳐 재정부를 신설하는 방안 ▲기획처와 행자부를 결합하는 방안 등의 타당성 여부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다른 부처 일각에서는 민간경제 부문이 비약적으로 커진 만큼 정부가 일일이 계획, 관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지난 94년 기획원 폐지 이후 외환위기를 거치며 끊임없이 '중장기적 경제 조망 기능 부재' 문제가 지적됐고, 참여정부 임기 동안에도 주요 현안에 대한 부처들의 불협화음으로 '사령탑'의 필요성이 제기돼온 만큼 순수하게 경제부처들의 중복 기능을 통합하고 긴 안목에서 중장기 발전 전략을 짜는 차원에서 기획부처의 신설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현재 예산 문제 등에서 재경부 기획예산처와 모두 협의를 거쳐야하는데, 창구가 하나로 통합되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옛날 기획원과 같은 거대 조직을 똑같이 다시 만드는 것보다는 기획부서로서의 필수적인 기능만 갖춰 경제정책의 '중심' 역할을 맡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이재근 팀장은 "국가전략기획원 같은 조직이 작은 정부의 취지에 맞는지 여부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며 "정부조직 개편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론화를 거쳐야하는 일이므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움직임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제기획원의 역사
경제기획원은 5.16 군사쿠테타 이후 각 부처에 분산된 경제정책 조직이 합해지면서 발족했다. 부총리가 수장인 이 부처는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투자의 우선순위를 심의하고 ▲경제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며 ▲물가안정과 대외경제정책을 총괄하기 위한 조직이었다.
기획원은 설립목적에 따라 자율성을 갖고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계획.집행.조정 기능을 주도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경제가 국가주도경제에서 시장주도경제로 전환됨에 따라 경제기획원의 위상은 더욱 약화되어 부처간 업무조정과 예산편성의 기능만 남게 되었다.
1994년 12월에는 독립부서로서의 위치를 상실하고 재무부와 함께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재경원이 재경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로 해체되면서 옛 경제기획원의 기능은 재경부와 기획처로 분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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