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학과란 기업이 인력 양성을 위해 주요 대학과 협력해 만든 산업 분야의 맞춤형 학과를 말한다. 기업은 학과, 학생에게 장학금, 학과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견학과 인턴십, 워크숍 등의 기회 제공은 물론 최종적으로 졸업생을 정식 채용한다.
2006년 삼성전자(대표 한종희·경계현)가 성균관대와 함께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만든 것이 계약학과의 시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에도 반도체 인력의 확보를 위해 적극 계약학과 신설에 나서고 있다. 2019년 연세대학교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신설에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카이스트, 포스텍과도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협약했다. 카이스트와 포스텍은 향후 5년 동안 각각 500명, 200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곽노정)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와 손잡고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해 작년부터 신입생을 받았다. 올해 3월 서강대, 4월에는 한양대와 반도체공학과 신설을 협약했으며 연말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또한 서울대와의 계약학과 신설을 위해서 적극 경쟁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기업은 서울대에 각종 학비 지원과 채용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학과 신설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기업 역시 인재 확보를 위한 산학 협력에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대표 정호영)는 지난해 연세대와 최초로 디스플레이 융합공학과 학부를 설립하기로 협약했으며 이번 달에는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대학원에 채용연계형 디스플레이 계약학과를 설립하기로 협약했다.
이번 협약으로 LG디스플레이와 3개 대학교는 2023학년도부터 매년 각 대학원 별로 10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선발해 육성할 계획이며 최종적으로 LG디스플레이는 2027년까지 200명 이상의 디스플레이 전문 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대표 최주선) 역시 올해 1월 카이스트와 협약을 맺고 석·박사 과정 전기전자공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채용연계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5년 동안 총 50명의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국가 핵심 산업이면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각 기업은 고질적 인력난을 겪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향후 한국에 10년간 3만 명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해 반도체학과에서 배출하는 졸업생은 650명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 역시 고질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디스플레이 관련 석·박사 졸업자는 2017년 138명, 2018년 124명, 2020년 108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에 치열한 투자와 경쟁이 이뤄지면서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도 커졌다. 국내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산학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을 이끌 수 있는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학부 과정에서부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집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존 일반 대학교에도 디스플레이 관련 학과가 있었지만 이번 계약학과는 직접 학비 지원, 채용 연계와 더불어 좀 더 면밀하게 전문 지식과 산업현장 실무를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