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취약차주 확대,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에 따른 금융권 부실 우려, 루나사태를 비롯한 가상자산 법제화 등 주요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 공백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국무회의에서 사라진 금융위원장... 금감원장·국책은행장 인사도 지연
가장 시급한 인사는 금융위원장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달 5일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후임 금융위원장은 한 달째 임명되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공식 임명되지 않아 고 위원장이 계속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금융위 정례회의나 주간 업무회의 등 내부 일정만 소화하는 정도다.

대외 일정에는 최근 취임한 김소영 부위원장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과 31일 열린 국무회의도 김 부위원장이 참석했고 지난 달 27일 열린 기재부장관-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도 김 부위원장이 참석해 금융당국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장 인사가 미뤄지다보니 주요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 수장 인사도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이 지난 달 9일 퇴임했지만 현재까지 후임자 하마평도 나오지 않고 있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유력 후보군으로 등장했지만 사모전용운용사 트러스트자산운용을 설립하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기업은행은 윤종원 행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차기 국무조정실장 임명 논란에 휩싸이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윤 행장의 거취가 불분명해지면서 은행 사외이사와 자회사 CEO 인사도 미뤄지고 있다. 특히 IBK투자증권은 서병기 대표가 이미 3월 말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자가 없어 계속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달 12일 사임의사를 밝힌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후임도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가 유력하다는 소문만 파다하지만 아직까지 하마평만 나오는 수준이다.
문제는 차기 금융위원장 임명이 미뤄지면서 인사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이 주도해야하는 주요 의사결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위원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인수위 출신 김소영 부위원장을 임명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금융위원장이 임명제청권을 가진 금감원장이나 주요 국책은행, 금융공기업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
주요 현안에서 금융당국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및 취약차주 확대 우려, 루나사태 등 가상자산 소비자 피해 등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지만 금융위원장의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실무 차원에서는 주요 현안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더라도 수장 인사가 지연될수록 정책적 판단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수장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피감기관인 금융회사들의 고충도 상당하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금융정책의 청사진조차 나오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6.1 지방선거가 종료된 이후 금융위원장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국회 원구성 문제가 남아있어 예상보다 수장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무선에서는 큰 변화가 없더라도 수장 교체는 정책 방향의 변화를 의미하다보니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불확실성이 빨리 해소되어서 원활히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