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와 올해 초 거의 모든 업체가 원가상승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제품가격을 줄줄이 올렸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작황 불황, 각국 수출 제한·금지 등 가격 인상 압박이 누적되면서 재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9년째 과자값을 동결해온 오리온도 원가상승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가격을 올린 업체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제품값 재인상 여부를 두고 눈치싸움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과 빵, 과자 등 주요 식품업체들은 "현재로선 가격 재인상 계획이 없다"면서도 총대를 멘 업체가 나올 경우 도미노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앞서 농심과 오뚜기, 팔도, 삼양식품, 해태제과, 롯데제과, SPC삼립 등은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이뤄진 가격 인상 행렬에 가담했다. 꾸준한 원가절감 노력에도 곡물값과 물류비, 인건비가 계속 상승하면서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올 2월 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기상 이변과 잦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과 인력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 대란이 지속되면서 세계 각국이 식량 안보를 이유로 곡물 수출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밀가루와 옥수수, 식용유, 설탕 등 기초 수입식품 가격 오름세는 2분기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라고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계약 물량으로 확보한 원자재 재고는 늦어도 올 3분기에는 소진될 전망이다.

전체 매출에서 원재료비·인건비·제조경비 등의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인 매출원가율은 오뚜기와 삼양식품만 선방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원가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크라운제과로 3.6%포인트 상승한 68.7%를 기록했다. 이어 해태제과 2.8%포인트(66.8%), 롯데제과 2.6%포인트(68.4%), 오리온 2.3%포인트(60.7%)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영업이익률이 가장 많이 하락한 곳도 크라운제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5%포인트 하락한 4%를 기록했다. 이어 롯데제과 -3%포인트(2.1%), 해태제과 -2.75%포인트(3.71%) 순으로 하락률이 높았다.
이들 업체는 남은 2~4분기 수익성 전망도 불투명하다. 제품값 인상을 단행해 수익성 회복에 나섰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누적되면서 부담도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선 상황으로 가격 인상을 9년 만에 검토하고 있다. 확정된 사안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작년 9월 1일자로 라면값을 7.8% 올린 팔도 측은 "원부자재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올랐지만 서민물가와 직결되는 상품이 라면이다 보니 현재까지는 재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도 "원가 압박이 상당하지만 재인상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다. 생산공정 효율화, 판매관리비 절감 등의 전략으로 가격 인상 요인들을 흡수해 원가 부담을 돌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난해 8월 13년 만에 라면값을 올렸는데 이는 (손실) 누적분에 대한 것으로 전쟁 이슈가 발발하기 전의 인상폭이었다. 라면 제품의 경우 재인상 계획은 없지만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