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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순당 횡성 양조장 가보니...신세대 겨냥한 전통주 복원 작업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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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순당 횡성 양조장 가보니...신세대 겨냥한 전통주 복원 작업 한창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6.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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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헌에 적혀 있는 전통주 제조법이 길어야 다섯 줄입니다. 애매모호하고 미묘한 표현들을 고민하고 유추하며 술을 복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찾은 강원도 횡성 소재 국순당 양조장에서는 고서(古書)와 구전(口傳)으로 전해지는 전통주를 복원해 오늘날의 입맛에 맞게 다듬는 '우리술 복원사업'이 한창이었다. 90년대 초 백세주를 시작으로 25개 술을 복원했고 시음을 통해 반응이 좋은 제품 위주로 상품화가 이뤄졌다.

현재까지 이화주(2008년 8월), 자주(2008년 8월), 송절주(2009년 2월), 사시통음주(2012년 5월), 청감주(2011년 11월) 등 5개 제품이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됐다. 전통주별 선호도는 성별로 차이를 보이는데 남성의 경우 강렬한 계열인 송절주, 사시통음주를, 여성은 감미롭고 부드러운 계열인 청감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국순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순당 법고창신 브랜드 5종 중 하나인 이화주
▲국순당 법고창신 브랜드 5종 중 하나인 이화주

옛 문헌에 나오는 전통주 제조법은 600개가 넘는다. 국순당 연구소에서 10여 년간 살펴본 제법은 300여 개. 제법 복원 기간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이 소요된다. 장기간 연구하고 수년간 붙잡고 있어도 제법을 이해하지 못해 재연할 엄두를 못 내는 것들이 아직도 상당하다.

박민서 혁신사업본부 기업마케팅팀 팀장은 "요리 레시피를 수없이 읽어보고 따라간다고 해서 음식이 맛있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문헌에 적힌 술이 만들어진 계절과 사회상, 그때의 문화가 어땠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미묘한 제법을 알아간다. 이렇게 복원한 술을 소비자들이 맛있게 먹게 되면 그 이상으로 뿌듯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술 복원사업은 선대 회장인 고(故) 배상면 전 회장이 국순당을 세운 60여 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1924년 대구에서 태어나 전통술 사업에 뛰어든 그는 일제 식민지 이후 전통주 제조가 거의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술을 만들고 말겠다는 의지로 전통주 개발에 몰두했다.

고 배 회장의 장남인 배중호 회장(70)과 배중호 회장의 장남 배상민 대표(42)는 전통 술 시장을 일으켜야 한다는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 전통주 개발을 이끌고 있다. 2008년부터는 우리 술 복원사업이라 명명하고 본격적인 추진을 선언했다.

국순당 본사 2층에는 전통주 견학로인 주향로가 자리하고 있다. 주향로란 술 향기가 가득한 길을 뜻한다. 동선의 생산라인 쪽 벽면이 유리로 시공돼 제조공정과 위생 상태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전통주 견학로인 주향로를 통해 국순당 제품 생산공정을 투명한 유리 너머로 살펴볼 수 있었다
▲전통주 견학로인 주향로를 통해 국순당 제품 생산공정을 투명한 유리 너머로 살펴볼 수 있었다

양조장에서는 국순당 대표 제품인 백세주와 50주년 기념주로 올 초 출시한 백세고, 히트 제품인 1000억 유산균 막걸리와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국순당 쌀 바밤바밤, 칠성막사 등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취재를 위해 위생모와 위생복, 덧신을 착용하고 소독과 에어샤워 과정을 거쳐 양조장에 입장했다. 생산 중인 전체 품목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인 해썹(HACCP)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수시로 손을 세척하고 소독해야 했다.

양조장은 크게 원재료를 탱크로 옮겨 보관·발효하는 양조 파트와 이를 활용해 완제품을 만드는 제품 파트로 나뉘어 있었다. 초입구부터 향긋한 곡물 향기와 함께 술 익는 냄새가 진동했다. 누룩, 산미료, 포도당 등 각종 원·부재료를 저장하는 창고와 쌀을 세척하고 불리며 분쇄하는 담금실을 거쳐 거대한 발효 탱크들이 진열된 발효 관리실로 이동했다. 발효 탱크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안에서 발효된 막걸리가 거품을 일으키고 있었다.
 

▲허준원 생산본부 품질보증팀 팀장이 발효 탱크 뚜껑을 열어 발효 중인 막걸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허준원 생산본부 품질보증팀 팀장이 발효 탱크 뚜껑을 열어 발효 중인 막걸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허준원 생산본부 품질보증팀 팀장은 "4만ℓ 크기의 탱크 한 개당 막걸리 15만 병 생산이 가능하며 총 84만ℓ 술을 발효 관리실에서 동시 발효할 수 있다. 발효 기간은 통상 7일이다. 첨단 설비를 통해 제품들이 발효 과정에서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알코올 도수는 발효 시간이 지날 수록 높아진다. 발효가 완료되면 19%까지 올라간다. 이후 건더기를 걸러내는 과정을 거쳐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은 술인 '나주(裸酒)' 상태가 된다. 이후 각종 제품 레시피에 따라 맑게 거르거나 첨가물을 넣거나 탄산을 넣는 식의 공정을 거친다.

공정을 거친 막걸리는 제품 파트로 옮겨져 용기에 주입된다. 국순당은 세 개의 고속 생산라인과 병으로 주입하는 주입기를 총 8개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분당 600병 내지 700병의 백세주와 분당 260병의 탁주를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품 파트에서는 외부 공기가 안으로 못 들어가도록 한 R.F.C(Rinser, Filler, Capper)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R.F.C 설비는 투입된 공병을 린싱수로 한 번 더 세척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살균된 열주(67℃)를 주입한 후 뚜껑(Cap)을 씌워 완전한 상태의 제품으로 만드는 공정을 수행한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이 제품 파트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이 제품 파트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국순당 생막걸리와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국순당 칠성막사, 국순당 바밤바밤, 이화주를 직접 시음해봤다. 대체로 개성 있는 맛이었는데 떠먹는 막걸리이자 복원 전통주인 이화주의 맛과 촉감이 매우 독특했다. 요구르트처럼 새콤한 향과 걸쭉하면서도 매끄럽고 부드러운 촉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백세고도 시음했다. 백세고는 우리 술과 누룩 연구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순당이 7년여 연구기간을 거쳐 개발한 최고급 증류주다. 알코올 도수는 51.4도. 그러나 낮은 온도에서 증류하는 감압 증류 방식으로 장기간 숙성한 덕분에 실제 도수보다 낮게 느껴졌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은 "법고창신 술을 복원하던 중 발견한 제조법으로 만든 쌀 증류 소주 원액과  5년간 숙성한 백세주 술지게미 증류 원액 두 가지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한 결과 51.4도의 결과물이 나왔다. 물을 섞지 않아 풍미가 깊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국순당 양조장에서 시음한 백세고
▲국순당 양조장에서 시음한 백세고

사업 영역을 전통주에 한정하지 않고 죠리퐁당, 칠성막사, 바밤바밤 등 각종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통해 보폭을 넓혀 나가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협업 대상은 막걸리와 연관성이 있는 소재나 브랜드들이다. MZ세대 대세로 떠오르는 무알콜과 저칼로리 제품들도 시장 수요를 보며 상품화를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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