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 진화는 갈수록 더 미세해진 공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노는 머리카락 한올 굵기의 10만 분의 1에 불과한 단위이며 3나노는 10만 분의 3을 의미한다. 나노 단위의 반도체 회로 간격이 미세할수록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기에 성능과 에너지효율, 생산성이 개선된다.
GAA는 트랜지스터 구조를 말한다. 트랜지스터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게이트와 전류가 흐르는 채널로 나눈다. 반도체가 미세해질수록 트랜지스터도 작아질 수밖에 없는데, 작아진 트랜지스터는 전류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다. 하지만 GAA 구조는 기존 3개 면이 만나는 핀펫 구조와 달리 4개 면이 게이트와 만나 더 충분한 전력을 흐르게 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채널을 얇고 넓은 모양의 나노시트 형태로 구현했다. 이는 기존 핀펫 구조는 물론 초기 GAA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한 나노와이어보다 고난도의 형태다. 나노시트는 두 구조와 비교해 채널 크기를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으며 전류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GAA 공정은 시기의 문제일 뿐, 초미세 반도체 기술 경쟁 속에서 결국 도입할 수밖에 없는 필수적인 방향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GAA 공정 도입의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기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6%로 1위인 대만 TSMC(56%)와 상당한 격차가 났지만 GAA 공정의 선제적 도입을 통해 파운드리 시장의 구도 개편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각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추격과 향후 과제 해결은 관건이다.
TSMC는 2나노부터 GAA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TSMC는 GAA 관련 특허를 이미 405건을 출원해 삼성 266건보다 많다. 이미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어 나가고 있으나 좀 더 안정적인 생산 역량을 갖춘 후부터 양산을 본격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 반도체 강자였던 미국 인텔 역시 작년부터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다. 향후 10년간 최대 1000억 달러를 유럽, 미국 공장과 연구센터 설립 등에 투자할 예정이며 또한 2024년부터 GAA 공정을 도입해 2나노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3나노 양산은 수율(정상품 비율)과 고객사 확보에 성패가 달렸다. 삼성이 개발한 4나노는 작년 말부터 수율 확보에 문제를 드러냈고 때문에 퀄컴 등 핵심 고객사가 이탈했었던 전력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3나노 공정 양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3나노 공정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2026년까지 3배 증가한 300개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공정 향방에 따라 퀄컴, 구글은 물론 TSMC의 고객사인 애플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확한 수율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으나 현재 3나노 공정 양산 역량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특히 이번에 도입한 GAA 공정은 나노시트 형태를 구현했기에 더욱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다양한 고객사와 긴밀히 협의 중이다. 고성능 컴퓨팅(HPC)용 시스템반도체 양산에 성공했고 향후 고객사와의 협의에 따라 모바일용 SoC(시스템온칩)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