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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영’ 후속으로 지난 5일 첫 방송한 KBS 대하사극 ‘대왕세종’(극본 윤선주ㆍ연출 김성근)이 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5일 20.1%, 6일 22.4% 등 2회 연속 20%가 넘는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을 올리며 대박 드라마 탄생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줄곧 30%가 훨씬 넘는 시청률을 이어간 ‘대조영’의 1회 시청률이 12.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출발이다.
‘대왕세종’은 정통 사극의 형태를 띠고 있으면서도 차별화된 요소를 지니고 있다. 도입부가 일반 대하 사극과 달리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추리극의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는 점이다.
궁중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된 무관의 시신에서 타살 흔적이 밝혀지면서 긴박한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와중에 태종(김영철 분)의 셋째아들 충녕대군(이현우 분)이 갑자기 실종돼 궁이 발칵 뒤집힌다. 충녕은 고려 황손 옥환(김명곤 분)이 이끄는 고려 유민 결사조직에 납치돼 죽을 고비를 거치며 백성들의 궁핍한 삶을 목격한 후 대궐로 돌아와 왕자 신분으로 신문고를 두드려 또 한 번 궁을 놀라게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여기에 태종과 납치된 아들을 찾아달라는 원경왕후(최명길 분)의 대립과 구왕파와 신왕파 신하들의 대립이 긴장감 있게 펼쳐져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했다.
태종 역의 김영철과 황희 역의 김갑수, 영의정 하륜 역의 최종원, 조말생 역을 맡은 정동환, 원경왕후 역의 최명길 등 사극 경험이 많은 노련한 배우들의 카리스마 연기는 드라마에 몰입하게 했다. 양녕대군 역의 이준, 충녕대군 역의 이현우 등 아역들도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김영철은 아직 세종이 어린 왕자의 신분이어서 초반 드라마를 끌고 가는 중요한 인물일 수밖에 없는 태종 역을 완벽히 소화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2000년작 ‘태조 왕건’에서 궁예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김영철은 많은 신하와 형제를 죽이고 나라를 세운, 강인하면서도 불안한 군주로서의 태종의 내면 연기를 선보이며 관록을 과시했다.
세종대왕은 우리 역사상 가장 정치를 잘하고 백성을 위한 민본정치를 실행한 성군(聖君)으로 평가된다. 드라마 기획의도에서도 밝혔듯이 이 처럼 결점이 없는 도덕군자의 모습에서 드라마적인 재미를 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의 궁중 사극은 각종 음모와 비빈들의 사랑싸움을 앞세운 권력형 암투가 주류였음을 생각하면 그런 우려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드라마 ‘대왕세종’은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해서 세종은 치열한 투쟁과 눈물겨운 몸부림을 쳤을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 하며, 그런 점이 드라마 보는 재미와 긴장감으로 연결되게 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