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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대법원 첫 승소에도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적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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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대법원 첫 승소에도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적 개선 필요"
  • 최형주 기자 hjchoi@csnews.co.kr
  • 승인 2023.06.3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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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연맹이 이통3사를 대상으로 계약 철회 약관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대법원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우리나라 소비자 단체소송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국내 소비자단체 가운데 소비자 단체소송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해온 한국소비자연맹측은 의미 있는 판결을 내린 대법원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현행 제도를 시급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특히 "기업들이 재판과정에서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어떤 자료도 내놓지 않고, 법원이 이를 수용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2015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를 상대로 ‘휴대전화 개통 후 철회를 제한하는 이동통신사의 약관이 부당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약관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으나 최근 대법원에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2008년 소비자단체소송이 시행된 후 법원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외에도 △티머니 잔액 환불 거부 소 △한전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소 △진에어 지연 운항에 대한 소비자 손해배상 소 △롯데하이마트 전자상거래 청약철회 제한에 대한 소 △폐업한 상조업체 상대로 계약해지 환급금 청구 소 등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국내 소비자 단체소송을 이끌어왔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소비자 단체소송이 새 국면을 맞은 가운데,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생각하는 '소비자 단체소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다음은 정지연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1. 지난 2015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어떤 계기나 사건으로 시작하게 된 것인가.

SKT·KT·LGU+를 상대로 이동통신사가 소비자기본법에서 정하는 계약 해지 및 청약 철회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소송제기의 이유다.

단말기 구매와 서비스 이용 계약이 함께 체결돼 서비스를 해지하면 단말기 지원금 등 위약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해당 약관은 전자상거래법과 방문판매법에 따른 청약철회권 행사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또 이동통신사의 이용계약을 해지하려면 소비자는 해지 신청일로부터 14일 이내 전화나 팩스, 우편 등으로 신분증 사본을 고객센터에 제출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했다. 만약 서류가 고객센터에 도착하지 않으면 서비스는 재개되고 요금도 청구돼 소비자로선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2. 소비자단체의 소송에선 거의 첫 승소 판결이나 마찬가지인 거 같다. 이외에도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적이 있었나.

‘소비자단체소송제도’는 소비자기본법상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의 금지나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2008년 1월 1일 시행됐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소비자 단체소송 시행 후 처음으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다.

3. 대법원이 ‘청약 철회권 행사 제한행위’ 부분에 대해서만 모두 원심을 파기환송했는데, 1심과 2심에서는 패소했던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1심과 2심 당시 법원은 “소비자가 자신의 의사로 해지 의사표시를 한 것임을 증명하지 않는 한, 통신사는 계약 존속을 전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신분증 사본 미제출로 서비스를 재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단말기 지원금 반환 의무에 대해서는 “회선이 개통돼 이동통신서비스가 개시되면 서비스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비자는 청약 철회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4. 그렇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법원은 원심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회선이 개통돼 이동통신서비스 일부가 사용·소비됐다고 하더라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제한될 정도로 이동통신서비스에 현저한 가치 감소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가치가 감소했더라도 이동통신서비스 계약에서 제공이 예정된 전체 서비스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부분이라며 소비자는 아직 제공되지 않은 서비스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단말기 지원금 반환 의무에 대해서 단말기 구매계약을 그대로 두고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에 대해서만 청약철회권을 행사하면 소비자는 단말기 지원금 등 지급 조건을 어긴 것이 돼 단말기 지원금 등을 반환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사실상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5. SK텔레콤 해지권 행사 제한 부분에 대해선 원심 판단을 인정했는데, 연맹은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팩스, 우편으로 이동통신서비스 계약 해지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그 의사 표시의 주체를 확인하기 위해 사업자가 사본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게 소비자의 해지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계약을 유지시키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지권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청약철회권 제한 부분은 받아들여졌으므로 만족하고 있다.

6. 원심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진행하게 됐는데 어떻게 준비할 예정인가.

다시 재판을 시작하게 되면 단말기 구매계약의 청약철회가 어느 범위에서 인정될 것인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부분에 집중해 준비할 예정이다.

7. 지난 2015년 12월 통신3사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는데, LG유플러스를 상대로한 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동일한 사안이었고 1심 패소 판결을 받고 연맹 내부 판단 하에 중단했다.

8. 이외에도 소비자 단체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건이 있나.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공익소송센터’를 개소한 이후 소비자단체소송 5건, 소비자손해배상소송 1건을 제기했다. 소비자단체소송 중 2건은 패소해 1500만 원 상당의 변호사 비용을 부담했고, 한 건의 패소비용은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9. 소비자 단체소송을 진행해오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의 시정과 예방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소비자를 대표하는 6건의 소송을 진행하면서 기업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자료도 내놓지 않고 법원은 이를 수용하는 현실에서 소비자가 제대로 된 권익을 보장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증거게시제도'에 대한 도입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소비자 단체소송과 같은 공익소송에 있어 패소자부담은 소송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0. 끝으로 소비자 단체소송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의미있는 판결을 해준 대법원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가 2008년부터 시행됐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앞으로도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의 금지나 중지를 청구할 것이다. 또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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