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방식이 ‘직거래’로 결정된 만큼 크린랲이 이커머스 강자인 쿠팡의 막강한 영향력에 백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2019년 7월에 쿠팡의 직거래 요구를 크린랲 본사 측이 거절하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하지만 쿠팡과 납품가 문제로 거래를 중단한 LG생활건강(대표 이정애) 측은 “쿠팡과의 거래 재개에 관해 결정된 내용은 없다”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대표 최은석)도 동일한 입장을 내놨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직거래 납품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생활용품 기업 크린랲(대표 전기수)과 쿠팡이 직거래를 재개했다. 2019년 7월 양사 거래가 중단된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2019년 크린랲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이 제품 발주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점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신고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의 위반 사실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후에도 크린랲은 쿠팡의 거래 중단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이번 직거래 재개를 통해 소비자들은 크린랲을 비롯한 크린백, 크린장갑, 크린 종이호일 등 40여종의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향후 로켓배송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수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983년 설립된 생활용품 기업 크린랲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한때 90%가 넘었지만, 최근 시장 점유율이 70%까지 떨어진 점이 쿠팡과 직거래 재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쿠팡과 납품가 갈등을 겪고 있는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의 거래 재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이들은 "거래 재개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은 2019년 6월부터 LG생활건강과 납품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CJ제일제당과 납품가 갈등을 겪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제조사다 보니 통상적인 차원에서 과거부터 쿠팡과 거래재개에 관한 논의는 있었지만, 최근에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거나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계속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고, 최근 들어 특별히 거래에 대해 논의한 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쿠팡과 LG생활건강의 거래 재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측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이 대표 음료 코카콜라를 비롯해 생활용품, 화장품 등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데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근에 쿠팡이 론칭한 ‘로켓 럭셔리’에도 LG생활건강의 화장품 품목은 제외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생활건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3조4914억 원, 303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5%, 22.5% 감소했다.
CJ제일제당의 실적도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쿠팡과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컬리, 네이버,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와 협업을 통해 반쿠팡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CJ제일제당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4조2905억 원, 59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36.5% 줄었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SSG닷컴·G마켓 등에 비비고 납작교자, 햇반 컵반, 붕어빵 등 신제품을 다른 유통사보다 두 달 먼저 출시해 판매하고 나섰다. 또 네이버와의 기획전을 통해 햇반 제품을 5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에 질세라 쿠팡도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햇반 대신 하림의 즉석밥 3종 세트를 100원에 판매하고, 중소기업의 즉석밥을 50% 할인하는 등 행사를 펼쳤다.
쿠팡은 4개 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하고, 올해 2분기에는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쿠팡의 매출은 7조67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40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