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를 도입하면 가입자가 늘어나긴 하겠지만 단말기, 수수료 등을 고려할 때 큰 이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지난 3월 애플페이 서비스를 독점한 이후 신규 회원수가 급증하고 카드 이용금액이 증가하는 등 특수를 누렸다.
1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 신규회원 수는 3월 19만5000명, 4월 15만9000명, 5월 13만9000명을 기록했다. 애플페이 서비스를 출시한 3월 이전까지는 평균 신규회원 수가 10만9000명이었는데 출시 후에는 평균 14만 명을 넘어선 것.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애플페이 출시 소식에 미리 카드를 발급받은 소비자들이 많았다. 초반에 관심이 많이 쏠려서 신규 회원 수가 급증했고 이제는 점점 평년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이 지난 9월21일 끝나면서 다른 신용카드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신한, KB국민, 비씨카드 등이 애플에 사업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약 조건 협의기간이 길어지면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애플페이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EMV 컨택리스 단말기가 구비된 비율이 낮다는 것, 국내 다른 페이업체들은 수수료를 받지 않는데 애플페이는 수수료를 받는 것 등을 고려해 실익을 따져보고 있다.
애플페이 결제는 EMV 컨택리스 단말기를 사용하는데 국내 가맹점은 대부분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EMV 컨택리스 단말기가 구비된 국내 가맹점은 전체의 10% 미만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국내에 이미 보급된 MST 단말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지만 애플페이는 가맹점에서 단말기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니 국내에 안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맹점에서 빠르게 EMV 컨택리스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애플페이로 결제하는 금액이 소액이라 애플페이가 수익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수료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공식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현대카드가 지불하고 있는 애플페이 수수료는 건당 0.15% 정도다. 삼성페이를 포함한 국내 페이 업체들은 카드사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결제 수수료로 받은 금액도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데 애플페이 수수료까지 내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며 "수수료를 주고도 이용할 만큼 애플페이가 매력적인 결제수단인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애플페이로 현대카드 이용자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익으로 이어질 지는 봐야 한다"며 "현재 현대카드 신규 가입자 수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애플페이 도입하는 것을 두고 삼성페이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페이가 당장은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애플페이처럼 수수료를 매기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며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와 손을 잡으면 수수료 부과 건이 다시 언급될 수도 있는 만큼 대부분의 카드사가 삼성페이 눈치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신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