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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원에 5개 팔고 반품하려니 개당 7만원 물어내야?...홈쇼핑 세트상품 반품비 폭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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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원에 5개 팔고 반품하려니 개당 7만원 물어내야?...홈쇼핑 세트상품 반품비 폭탄 논란
분쟁해결기준엔 실거래가 기준 환급 권고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4.04.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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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강원도 삼척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 2월 유명  TV홈쇼핑  A사 방송에서 영양크림 5통을 7만9900원에 샀다. 이 중 두 통을 회사와 집에서 쓰기 위해 개봉했으나 눈 주변이 따가워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었다. 고객센터에 부작용이 발생했다 알리고 반품을 문의했는데 “한 통당 정가가 7만 원이니 두 통에 대한 14만 원을 입금하면 반품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박 씨가 “구매할 때는 이런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따졌으나 소용 없었다고. 박 씨는 “정가로 반품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몰랐지만 이렇게 반품 비용이 비쌀 줄 알았다면 부작용을 고려해 아예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례2=경기도 평택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해 2월 유명 B홈쇼핑 방송에서 건기식 12박스를 39만 원에 구매했다. 세 박스째 섭취하던 중인 지난해 12월 이 상품이 허위과장광고로 고발됐다는 보도를 봤다. 김 씨도 광고에서 강조한 효과를 보지 못해 고객센터에 환불을 요구했다. 상담사는 “반품시 할인가가 아닌 정가가 적용된다”고 했다. 훼손되지 않은 6박스의 정가는 총 23만 원이었다. 할인가로 따졌을 때보다 4만 원가량 더 비쌌다. 김 씨는 “과장광고로 고발된 상품인데다 반품시 정가가 적용된단 안내는 없었다. 이런 중요한 건 소비자에게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사례3=대구 달서구에 사는 최 모(남)씨는 올해 2월 말 중소 TV홈쇼핑 업체인 C사 방송을 보고 건기식 6개월 분을 12만 원에 샀다. 섭취한 지 하루 만에 배가 아팠고 2~3일 더 먹었는데 증상이 심해져 병원에 가니 위염 판정을 받았다. 건기식을 섭취한 이후 발생한 문제라 반품을 결정했고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판매자와 소통하라고 책임을 미뤘다. 판매자 측은 제보자가 1개월 분만 먹었음에도 “반품할 땐 무조건 3개월치인 6만 원을 내야 된다”고 말했다. 최 씨는 “6만 원내고 뜯지 않은 5개까지 가져갔다. 사실상 한 박스가 6만 원인 셈이다”라며 어이없어 했다. 

홈쇼핑이나 온라인몰에서 할인 판매한 대량 세트로 구성된 제품을 반품할 때는 정상가로 개당 가격이 책정돼 잦은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세트 상품의 할인폭이 클수록 반품 시 개당 가격이 높게 산정돼  되려 비용을 더 물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세트 상품은 반품 시 개당 제품가가 정상가로 책정된다는 사전 안내가 없다는 점도 갈등을 증폭시킨다.

소비자들은 과도한 환불 방어라고 주장하나 유통업체들은 대량의 세트로 구성했기 때문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었던 만큼 일부를 제외하고 반품할 때는 정상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미 개봉한 경우 상품 가치가 떨어져 되팔수 없다 보니 협력사의 부담으로 남아 어쩔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5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이같은 소비자 불만은 홈쇼핑, 온라인몰에서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뿐 아니라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유통업체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갈등 양상이다.

특히 크림, 샴푸 등 화장품류나 건기식과 같이 직접 몸에 사용하고 먹는 상품군에서 불만이 다발한다. 품목 특성상 직접 사용하거나 섭취 후 부작용이 발생해 나머지 제품을 쓸 수 없게 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화장품이나 건기식 부작용 발생시 ‘의사 소견서’ 등 입증 자료를 첨부하면 무상 반품을 진행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의료기관에서 상관관계를 입증 받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부분 반품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제는 반품시 ‘정가 책정’에 대해서는 사전 고지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고객센터에 환불을 요구하는 과정 중 뒤늦게 알게 된다.

정가 반품시 적게는 기존 구매가격과 몇 천원 차이에 그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할인폭이 큰 상품의 경우 기존에 대량으로 구매할 때보다 개당 가격이 더 비싸지면서 되레 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발생해 환불을 막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 유통업체, 반품 시 정상가 책정은 협력사 의견

홈쇼핑과 온라인몰 업체들은 정가 반품은 환불 방어 수단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특히 홈쇼핑사는 협력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개업체 특성상 반품 시에도 구매할 때와 동일한 가격으로 환불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개봉한 상품의 경우 되팔 수 없다보니 고스란히 협력사의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의 경우에도 판매업체가 반품시 책정한 기준을 강제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정가 반품의 경우 대부분 협력사에 의견에 따른 것이다. 또한 화장품 등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 의사 소견서와 같은 서류 첨부도 같이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홈쇼핑사는 "협력사와 협의를 통해 반품가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안내하고자 하고 있지만 협력사별로 가격 정책이 다르기 떄문에 건마다 구매할 때와 동일한 가격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화장품은 제품 개봉시 원칙적으로 반품이 불가해 사전에 '반품 불가'에 대해서만 안내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홈쇼핑 관계자는 "판매가 기준 환불에 대해 안내했으나 고객이 전액 환불을 주장해 갈등을 빚다가 환불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취재 이후 할인가 기준으로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온라인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픈마켓과 같은 중개 플랫폼은 특성상 판매자에게 정가 반품을 강제하긴 어렵다.  만일 고객에게 상품으로 인한 정당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판매자에게 소명을 요청하는 등으로 의견 조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윤선 미래소비자행동 사무총장은 "이 사례들은 소비자 기본법에 따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이 분쟁해결기준 자체가 권고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이 기준에 근거하면 실거래가 기준으로 반품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에는 환급금액은 거래 시 교부된 영수증 등에 적힌 물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만일 영수증 등에 적힌 가격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 영수증에 적힌 금액과 다른 금액을 기준으로 하려는 자가 그 다른 금액이 실제 가격임을 입증해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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