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사들의 선정적 광고가 SNS와 동영상 플랫폼, 게임 등을 통해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선정적 광고에 대한 규제가 논의됐지만 매번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면서 정부도 손을 놓은 상태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송 모(여)씨는 최근 지하철에서 SNS ‘X(전 트위터)’를 이용하다 일본 게임 ‘퀸즈 블레이드’의 광고를 접했다. 그런데 광고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 누가 볼까 무서워 휴대폰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고.
송 씨는 “X를 이용하다보면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선정적 광고가 지속 올라온다”며 “유튜브 등 여러 채널을 통해서도 선정적 광고가 송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어린 조카들이 이같은 광고를 접할까 불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송출되는 선정성 높은 게임 광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자리잡은 2010년대 중반부터 마구잡이식으로 노출되는 수위 높은 광고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불쾌감을 토로해왔다.
하지만 2024년 현재까지도 이같은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일부 광고는 여성 캐릭터의 나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거나 AV배우의 사진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성행위를 암시하는 문구가 삽입돼 있는 경우도 있다. 여성의 신음과 성 관계 장면을 암시하는 듯한 광고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선정적 광고를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체 이용 등급을 받은 탕탕특공대에서도 선정적인 광고가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네티즌들은 “게임하다 여성의 옷을 벗기는 광고가 나와 사람 많은 곳에선 플레이하기가 어렵다” “애들도 좋아하는 게임에서 선정적 광고가 노출된다” “보상을 얻기 위해 성인 게임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의 광고에서도 자극적 광고가 나온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광고는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앱마켓 사업자나 X,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 자체 광고의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의 규정을 통해 선정·음란성 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규정에 따라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성행위·성폭력 행위 묘사가 아니라면 제재할 수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광고에는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선정적 내용이 게임 내에서 노출되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선정적 광고에 대한 논의는 10년 전부터 지속됐다.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청소년 보호를 위한 인터넷상의 선정적 광고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개선 방안을 권고하고 대책을 강구하자고 밝혔다.
이후 20대 국회에서 민경욱 전 국회의원이 ‘게임 광고 사전 심의’를 골자로 하는 게임광고 유해성 심사 게임법을 발의(2018년 6월)했다. 2019년엔 이동섭 전 의원이 게임 불법 광고를 제재하는 게임법 개정안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이상헌 전 의원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는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광고 및 선전 제한 규정 준수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선정적 광고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결국 모든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규제가 국내 게임이 외산 게임들에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며 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여러 플랫폼을 통해 송출되는 선정적 광고는 2024년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이들이 플레이할 법한 게임과 누구나 가입이 가능한 SNS,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무방비로 송출되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선정적 광고를 규제하는 것은 산업의 저해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며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며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정부 기관과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 내 불법 광고 문제는 하루이틀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심지어 아동이 이용하는 게임에 선정적인 광고가 송출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간 불명확한 책임소재, 업무를 수행할 인력 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와 입법이 있었으나 중도에 그쳤다. 22대 국회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