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해당하지 않아 순환출자 해소 의무는 없지만,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 수 없다. 게다가 순환출자 고리가 공개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사조그룹은 과거 소액주주 및 행동주의펀드 등과의 갈등을 겪으며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3%룰' 우회하는 편법을 활용했고 그 결과 이처럼 과도한 순환출자고리를 갖게 됐다.
사조그룹의 주요 순환출자 고리로는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씨푸드→사조동아원→사조대림→사조시스템즈와 사조시스템즈→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씨푸드→사조원→사조시스템즈,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시스템즈 등이 있다.
순환출자 특성상 고리 하나의 지배력이 약해지면 연쇄적으로 지배 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사조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시스템즈를 중심으로 주진우 회장과 주지홍 부회장, 계열사들이 지배하고 있는 지분율이 60% 이상이라 지배구조는 안정적이다.

◆소액주주·행동주의펀드에 지배력 우위 점하려다 순환출자 고리 대폭 증가
순환출자 고리가 많은 가장 큰 원인으로는 소액주주와의 마찰이 꼽힌다. 지난 2021년부터 소액주주들은 주진우 회장이 변칙적인 상속을 위해 저평가된 회사의 자산가치를 방치하고 있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사조산업이 최대 6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오너일가의 상속을 위해 사조산업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사조산업은 지난 2021년 자본잠식 상태인 오너일가의 회사 캐슬렉스 제주 골프장을 지분 79.5%를 보유중인 캐슬렉스 서울 골프장과 합병하려했지만, 소액주주의 집단반발로 무산됐었다.
지난 5월 사조그룹 경영에 복귀한 주 회장에 대해서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진우 회장이 승계와 상속을 우선으로하는 기업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여전히 각을 세우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와의 갈등도 순환출자 고리가 많아진 원인에 꼽힌다.
차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3월 사조오양의 배당 확대를 주장했다. 차파트너스는 사조오양이 사조산업의 주식 102억 원을 매입했는데, 이후 가치가 30억 원 가량 하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배당금 확대를 이사회 제안 주당 300원에서 1500원으로 상향해야한다고 제안했었다.
2021년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주주제안을 하면서 임시주총 개최를 시도했는데 사조그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조오양을 통해 지분이 없던 사조산업의 주식을 3% 매입했다. 이후 사조오양의 지분은 주주제안 안건을 부결하는데 우호 의결권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22년 사조오양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와 차파트너스 연합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이상훈 교수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이상훈 교수는 올해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임기를 마칠 때까지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내부 견제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교수는 지난해 사조그룹이 인수한 푸디스트 인수 건과 관련해 혼자 반대의견을 냈다. 이 교수는 “총수와 일반주주 간의 이해 상충 요소가 많음에도 일반주주 보호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향후 사외이사 법률자문비용 처리 방안의 건’에 홀로 반대의견을 냈고,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7억 원)’에는 모두 반대했다. 사측에서 추천한 이사 후보 관련 건이나 결산 배당 관련 안건에도 반대표를 내기도 했다. 직접 안건을 상정하기도 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설치와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관계사 보유주식 처리방안 추후 이사회 의안 성정의 건은 대부분 혼자 찬성했다.
◆주진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사외이사 선임 시 의결권 행사 가능 지분율 대폭 늘어
사조그룹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감사의 선임을 막고자 3%룰 우회에 적극 나섰다. 3%룰 우회를 위해 계열사 간 출자가 늘어났고, 자연스레 순환출자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
지난 2020년 도입된 3%룰은 감사위원 1명을 다른 이사와 분리선출을 하면서 의결권은 주주당 혹은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해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사조오양의 경우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사조대림(60.53%)과 캐슬렉스서울(0.44%), 사조산업(0.00%·74주)으로 특수관계인 주주 구성이 비교적 단순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는 사조대림(59.84%), 사조씨푸드(3.41%·상장사), 사조산업(3%·상장사), 캐슬렉스서울(3%), 사조아메리카(2.99%), 사조동아원(2.98%·상장사), 삼아벤처(1.08%)로 7곳까지 늘었다.
사조오양의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선출할 때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은 2022년 말 기분 3.44%에서 2024년 말 19.05%까지로 크게 늘었다.
다른 상장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선출 할때 사조산업은 사조시스템즈와 주진우 회장, 주지홍 부회장 등이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이 16.53%에서 24.5%로 늘었다. 사조대림은 17.46%에서 26.2%로 사조씨푸드는 7.84%에서 18.81%, 사조동아원은 6%에서 13.46%로 주주제안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 대한 벽을 높였다. 그만큼 순환출자는 복잡해졌다.
사조그룹과 소액주주간의 분쟁은 여전해 상장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간 출자 구조는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내부에서 순환출자와 관련돼 내부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