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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임의 굿모닝 M] 연극 '옥탑방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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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임의 굿모닝 M] 연극 '옥탑방고양이'
[리뷰] 그때 그 고양이와의 재회, 내 심장 위에 봄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4.14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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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계절이라 하는 봄이 왔다. 만개한 봄꽃에 어울리는 가벼워지는 옷차림, 겨우내 웅크렸던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 계절, 봄이다. “이런, 결국 다시 봄이 오고야 말았군”하며 봄 탈 준비를 하고 있는 솔로들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작품, ‘옥탑방고양이’가 우리 옆에 살포시 앉았다. 소문난 원작 그리고, 몇 년 전 TV 드라마로 대히트를 친 터라 부담(?)스런 첫출발이겠지만 이들은 가볍고 유쾌하다. 새 봄옷입고 관객 앞으로 다가 온 ‘옥탑방고양이’, 이번엔 연극이다.


로맨틱하거나, 식상하거나는 종이 한 장 차이
얼떨결에 좁은 옥탑방에서 동거하게 된 정은(황보라 분)과 경민(김동호 분), 서로 낯선 이들이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내지만 역시나 매일 티격태격 싸움이다. 이런 그들이 서로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매개체는 바로, 술이다. 그로 인해 그들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서로의 꿈을 이야기 하고 공유하는 시간, 사랑을 막 시작하는 남녀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정전까지 되어주니 고마울 따름. 그리고 마지막 떠나는 정은을 향한 경민의 고백, 그의 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 관객들을 무척이나 설렌다.
로맨틱은 여성관객을 타깃으로 하는 어느 작품에서나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식상함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이 작품에서도 관객과 가깝다는 조건을 조금 더 활용했어도 좋았겠다.


왜 뮤지컬로 안 했을까?
분명한 타깃층(20대 후반의 여성)이 있는 작품이다. 작품 곳곳에 그녀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었지만, 드라마를 강조하고 싶은 작가의 욕심이 보인다. 차라리 더 가벼웠으면 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유치함일지라도, 그 유치함에 ‘어우~’하고 손사래를 치더라도, 그것이 바로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이 원하는 ‘로맨틱’함이 아닌가.
때문에 차라리 뮤지컬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떨 땐 노래가 대사보다 훨씬 더 관객에게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안무 하나만으로도 그 장면, 대사가 관객의 뇌리에 꽂히는 것이 더 크다. 그것이 음악이 가진 힘이다. 


까칠하고 도도한 고양이, 널 못 잊을 거야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인간 못지않은 고양이커플이 작품의 큰 맥락을 이끌고 간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 고양이커플이 주인공 같다. 갑자기 무대 뒤에서 툭 튀어나오는 동선과 철없는 인간들의 속마음을 다 읽고 있는 듯한 표정은, 절대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 고양이의 습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관객을 향해 시크한 ‘썩소’를 날리는 이 두 고양이가 관객들에게 큰 선물 같다.   
특히 고양이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두 조연 배우들의 역할이 크다. 1인 다역은 소극장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설정. 무대를 종횡무진 바쁘게 다니는 조연들이 이루어낸 성과는 크다. 연기를 못하거나 센스가 없다면 절대 소화 할 수 없는 것이 1인 다역이다. 적어도 이 ‘옥탑방의 고양이’들만큼은 해야 한다. 


가볍게, 좀 더 가볍게
극 전개에 있어 ‘갈등’의 요소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좀 더 유쾌했으면 더 좋았겠다. 정은이 겪는 부모와의 갈등, 경민과의 오해 등 이런 상황들이 그리 신선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 그렇다면 아예 차라리 로맨틱과 코미디를 더 강조했어도 좋았겠다.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아픔을 공유하는 것보다는 ‘나도 저들처럼..’하는 판타지를 꿈꾸기 때문이다. 왜 부모님 얘기만 나오면 꼭 감정을 터트리며 울어야 하는가. 그건 이 시대 우리들의 고정관념이다.


내 심장위의 봄, 죽어도 못 보내
우리는 왜 그때그때 서로에게 진심을 얘기하지 못할까. 망설이고 결국 떠나보내고 게다가, 작품에서처럼 우리들의 사랑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이 작품은 그렇게 떠나보낸 사람만 수십명이라는 어느 노처녀의 속마음 같은 작품이다. 아무에게도 말 못한 그 마음, 이 고양이들에게는 털어놓고 싶다.
모든 대화의 시작은 ‘공감’이다. 이들도 서로 으르렁대다가 결국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순간이 바로,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에 대한 공감이다. 이 작품도 관객과의 공감이 어우러진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스토리지만 우리가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 질문에 몇 해 전 유명한 드라마의 한 명대사가 생각난다. “우리는 죽을 걸 알면서도 살잖아.” 자, 우리는 아파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해야한다. 이 고양이들처럼 말이다.


공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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