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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it] 연극 '순우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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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it] 연극 '순우삼촌'
우리 시대의 자화상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4.22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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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내리쬐는 봄 날, 탁탁한 공기가 코에 스민다. 메마른 공기와 무표정한 건물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늘었다. 언제부터인가 마스크는 도시거리의 한 풍경으로 자리한 것 같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걸어본다. 한가한 오후의 대학로는 거리마다 포스터로 즐비하다.


그리고 운명처럼 한 눈에 들어오는 포스터가 있다. 연극 ‘순우삼촌’이 그렇다. 연극 ‘순우삼촌’만의 모던한 색감과 독특한 느낌이 끌린다. ‘순우삼촌’이라는 정감 있는 타이틀도 한 몫 한다. 포스터는 비교적 심플한 편에 속한다. 얼핏보면 탁한 녹색바탕에 명암 처리된 사람들이 전부다. 도시에 막 상경한 이들처럼 한껏 멋을 냈지만 촌스럽다. 그들 머리 위로 새 한 마리가 홀로 난다. 커다란 다리도 보이고 산도 보인다. 자세히 보면 아파트 건물도 모퉁이에 슬쩍 자리한다. 그런데 ‘순우삼촌’은 어디에 있지? 하지만 포스터는 답해주지 않는다. ‘순우삼촌’에 솟은 아름드리 나무를 보고 예상할 뿐이다. 그리고 풍성한 나무를 보며 일말같은 희망을 가늠해 볼 뿐이다. 알고 보면 이 포스터에는 사람, 자연, 문명이 모두 함께 존재한다.


연극‘순우삼촌’은 1970년대 강남 개발 시절을 다루고 있다. 시대를 조명하는 연극은 뭔가 특별함을 지닌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설렁탕 국물처럼 우려낼수록 깊고 진해지는 맛이 있다. 그리고 연극 ‘순우삼촌’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개발로 인해 그들의 삶은 송두리 채 흔들린다. 순우 역시 ‘돈 버는 일’ 때문에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서울이 개발될수록 그의 가족은 외곽으로 점점 밀려난다. 그 자신의 삶에서도 그렇다.


세상은 변해가도 사람들은 안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삶은 늘 고뇌의 연속이다. 문득 나무, 하늘, 흙…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들을 바라본다. 변하지 않는 것들과 변하는 것들의 공백은 무엇일까? 이토록 가슴 한켠이 쓸쓸해지는 건 왜일까? 개발과 성장이 끊이지 않는 지금이다. 일상에 묻혀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현대인들. 그들에게 자연이 생명의 원류라고 전하는 순우삼촌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안톤체홉의 ‘바냐삼촌’을 모티브로 한 창작연극 ‘순우삼촌’은 4월 2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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