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화장품 샘플 체험하세요~"...본품 강매 꼼수 성행
상태바
"화장품 샘플 체험하세요~"...본품 강매 꼼수 성행
개봉 빌미로 강매...인지 못했다면 지불 의무 없어
  • 조지윤 기자 jujunn@csnews.co.kr
  • 승인 2016.12.09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수원시 고색동에 사는 소 모(여)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N화장품 업체로부터 ‘무료로 화장품 샘플을 보내줄테니 체험단을 해보라’는 전화권유를 받고 기대에 차 제품을 받았던 소 씨. 포장을 풀어보니 큰 사이즈의 제품과 작은 사이즈의 제품이 같이 들어있었다. 상자 안에 같이 동봉된 설명서를 읽어보니 ‘본품을 사용했을 경우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안내가 있어 깜짝 놀랐다. 큰 사이즈의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니 샘플이 아닌 본품이었고 가격은 무려 59만8천 원이었다. 소 씨는 “전화상으로 본품을 같이 보낸다는 안내 없이 샘플이랑 본품을 함께 보내놓고 소비자가 무심코 개봉하도록 덫을 놓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 서울시 신정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최근 어머니 앞으로 온 택배 때문에 황당함을 느꼈다. R화장품이라는 업체에서 보낸 상자 안에는 밥공기만한 사이즈의 화장품 한 통과 견본품이라고 적힌 작은 사이즈의 제품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어머니로부터 얼마전 "샘플을 보내줄테니 무료로 사용해보라"는 안내에 동의한 적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김 씨는 상품과 함께 동봉된 ‘청약 철회·계약 해제 통보서’라는 설명서를 읽어보고 문제를 알아차렸다. 깨알같은 글씨로 가득 쓰인 약관에는 ‘큰 사이즈의 제품은 본품이고 이를 개봉하면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약관을 읽지 않아 본품도 샘플인줄 알고 사용하면 금액을 청구하는 것 아니냐”며 “노인들을 상대로 한 명백한 사기”라고 기막해 했다.

전화를 통한 화장품 샘플 체험단 모집이 사실상 강매로 이어진다는 소비자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공통된 내용은 전화상으로 "무료로 화장품 샘플을 보낼테니 체험해본 후 마음에 들면 본품을 구매하라"는 권유로 동의를 받은 후 실상은 본품과 샘플을 같이 보내 상품 개봉을 빌미로 강매를 진행하는 식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본품을 같이 보낸다는 안내가 없어 같이 배송된 본품 또한 무료 샘플로 착각하도록 만든 사기성 판매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미 전화 상으로 본품을 함께 보낸다고 충분히 설명할 뿐 아니라 통화 내용 녹취를 통해 제대로 안내했는지 확인 후 제품을 보낸다는 입장이다.

N화장품업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상담원들을 철저히 교육하고 있어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은 없다”며 “간혹 택배를 받고 나서 본품 배송에 항의하는 소비자들이 있지만 녹취록을 들려주면 대부분 수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상담원의 안내 속도가 워낙 빠르고 두루뭉술해 관련 내용을 명확히 인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해를 입은 한 소비자는 “할머니가 전화를 받았더니 샘플을 써보고 평가해달라며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제품을 보냈다고 하더라”며 “설령 설명을 명확히 했다 한들 나이 많으신 할머니가 잘 들리지 않는 귀로 제대로 알아들으셨을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상자 안에 동봉된 설명서 역시 고령의 소비자들이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설명서.JPG
▲ 무료 체험단 권유를 받은 소비자가 화장품 택배상자에서 발견한 설명서. 깨알같은 글씨로 내용이 적혀 있어 간과하기 쉽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서로의 조경구 변호사는 “전화 상으로는 샘플을 무료로 받아서 써보라고만 안내했을 경우 본품을 같이 보내면 소비자가 본품과 샘플의 구별이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판매가 이뤄졌기 때문에 사용을 했다고 해도 금액을 지불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가 설명서 상에 안내를 했으니 잘못이 없다고 주장해도 설명서는 대부분 간과하기 쉽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이 아니다”며 “소비자는 녹취 등 증거를 수집하기 힘들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모여 단체소송을 진행하면 더욱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지윤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