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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고지 의무 위반, 보험사가 입증' 판결 이후...설계사 책임 가중, 가입자 구제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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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고지 의무 위반, 보험사가 입증' 판결 이후...설계사 책임 가중, 가입자 구제 가능성 커져
  • 이예린 기자 lyr@csnews.co.kr
  • 승인 2022.08.3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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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2017년 A보험사를 통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2년 후 '폐 이식'을 받았다. 수술, 입원 비용 등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고지의무 위반이라며 지급이 거절됐다. 가입 전 고혈압약 한 달 치를 처방받은 게 화근이었다. 이 씨는 보험 가입 당시 방문한 병원과 처방약 등 모든 내용을 설계사에게 말했다고 항의했지만 보험사는 보험금은 커녕 보험을 해지 처리했다. 이 씨는 "설계사가 물어보는 질문에 모두 답했고 방문했던 병원, 약 등 상세하게 말했었다"며 "고혈압약은 한 달 처방받은 게 전부고 복용도 안 했는데 고지의무 위반이라니 황당하다 폐이식 수술을 해서 이제 보험 가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례 2# 전라북도 남원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B보험사 상품을 10년 넘게 유지해오던 중 보험료 인상이 부담돼 설계사 소개로 '비갱신형' 상품으로 갈아탔다. 이 씨는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니며 물혹이 있다는 사실을 설계사에게 알렸으나 "회사 승인을 완료했으니 가입이 가능하다"는 말만 믿은 게 문제였다. 이후 건강검진을 받고 큰 병원에서 물혹을 주기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좋다는 안내에 따랐고 병원은 3개월 뒤 추적 검사를 해보자고 이 씨에게 제안했다. 3개월 뒤 수술을 결정하면서 신장암 1기 판정도 받았다. 하지만 보험사는 이 씨에게 고지의무 위반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10년 넘게 납부하던 보험상품도 함께 해지 처리 됐다. 이 씨는 "설계사에게 건강상태를 알렸지만 암으로 인지했을 수 있다는 추측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법원은 가입자가 설계사에게만 병력을 고지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선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려 소비자의 구제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법원은 보험계약 해지를 위해서는 보험사가 가입자의 고의성이나 중대한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고도 봤다.

그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보험 설계사에게 현재 병력과 건강상태를 알렸지만 뒤늦게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줄을 이었다.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가 보험 계약을 중개하는 역할만 하며 계약에 관한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사에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설계사의 설명의무가 가중되고 향후 보험가입자의 구제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제11민사부(합의)(나)는 원고 A씨가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보험에 관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삼성화재는 현재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는 보험설계사를 통해 2018년 12월 삼성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0년 3월 A씨는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후 삼성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A씨는 보험설계사에게 자신의 병력을 모두 고지했지만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고, 삼성화재 측은 암 가능성이 있는 의사 소견을 당사에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설계사의 설명의무 위반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설계사는 보험계약 체결 권한 등이 없으므로 보험모집인에게 알릴 것만으로는 고지의무 대상이 되는 중요사항을 고지했다고 볼 수 없다"며 "다만 그러한 경우에도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위해서는 계약자가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을 보험자가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험 가입에서 '고지 의무'는 ▶계약 전 고지 의무와 ▶계약 후 고지 의무로 나뉜다. 계약 전 병력을 고지함에 따라 보험료가 산출되고 계약 후에는 향후 보험료 변동에 영향을 미친다.

고지 의무에 해당되는 내용은 ▲최근 3개월 내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적 있는지 ▲1년 이내 수술이나 추가검사 소견을 받은 적이 있는지 ▲5년 이내에 암과 같은 큰 병으로 7일 이상 치료를 꾸준히 받았거나 30일 이상 약 처방을 받은 적이 있는지 등이다.

이를 알리지 않을 경우 보험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등 손해보험사는 물론 삼성생명, 흥국생명, 라이나생명, 하나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푸르덴셜생명, NH농협생명, KDB생명과 KB생명, ABL생명, 푸르덴셜생명, 처브라이프생명 등 모든 보험사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그동안 설계사는 보험 계약을 중개하는 역할일 뿐, 계약 권한 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보험사에 고지의무를 직접 이행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 거절과 더불어 보험 계약이 해지됐다.

반면 가입자는 설계사도 보험사 직원이기 때문에 고지의무 역시 대행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상법 제646조 2에 따라 보험설계사, 보험중개인 등이 아닌 보험사만 보험계약 체결권과 보험계약을 변경하거나 해지할 권한, 계약자의 고지 의무 수령권 등 보험계약 3권을 갖는다.

다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보험 계약시 설계사의 설명의무가 가중되고 향후 비고의적 고지 의무 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보험가입자의 구제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계약 후 3년이 지나면 계약해지권이 소멸되기 때문에 고지 의무 위반이 발생해도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며 "보험사 차원에서 설계사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계약 당시 설명의무 이행에 대해 꼼꼼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 가입자 경우도 혹여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해피콜을 받았을 때 병원 방문, 복용 약 등 병력에 대해 빠짐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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