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식음료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식품업계 고질병폐인 '이물과 변질'에 집중됐다.
전체 민원에서 이물·변질 유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상회했다. 서비스와 불량 제품에 대한 불만이 이물·변질 뒤를 이었지만 10%대 비중으로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올 상반기 식음료 24개 업체를 대상으로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접수된 민원을 유형별로 살펴본 결과 지난해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이물·변질 민원이 56.5% 비중으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상반기(61.1%)보다 4.6%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프레스햄 통조림 햄과 즉석밥, 컵밥, 즉석국, 만두 등 유통기한이 넉넉히 남은 식음료 제품을 개봉해 보니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는 불만 △시큼한 맛이 느껴져 상한 것 같다는 불만 △섭취 후 배탈, 설사, 구토 식중독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불만도 많았다.
병원 치료를 받은 일부 소비자들은 영수증 등 관련 증빙서류 제출로 제품 환불은 물론 병원비와 약제비, 교통비, 진료로 인한 일소득 등을 보상받기도 했다.
조사대상 24개사 가운데 SPC삼립을 제외한 23개사에서 이물·변질 민원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SPC삼립의 경우 올해 2월 선보인 '포켓몬빵'이 열풍을 타고 소위 대박을 터트리면서 도 넘은 끼워팔기 상술 등 서비스 민원이 다수 제기됐다.
식품업체들은 "공장 제조공정이 100% 가까이 자동화로 진행되고 해썹(HACCP) 인증을 도입해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므로 이물이 제조 과정에서 유입되기는 어렵다. 변질의 경우 유통 과정에서 외부 충격으로 포장이 파손될 경우 생기는 작은 핀홀 등으로 공기가 유입됐거나 최종 소비 단계에서 밀봉·상온 보관으로 발생했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해명했다.
특히 서비스 민원은 지난해 상반기(3.8%)보다 12.9%포인트나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SPC삼립과 매일유업, 롯데푸드, 코카콜라는 전체 민원 유형에서 서비스 민원 비중이 가장 높았다. SPC삼립은 38.2%, 매일유업은 이물·변질 및 제품 불량과 동일한 33.3%, 롯데푸드와 코카콜라는 이물·변질과 동일한 50% 비중을 각각 기록했다.
SPC삼립의 서비스 민원은 '포켓몬빵'과 관련한 불만이 주를 이뤘다. 포켓몬빵 배송 지연과 물량 부족, 이물 혼입 등 각종 문제로 고객센터에 항의하려 해도 전화 연결이 안 되고 문의 글을 남겨도 답변 회신이 없다는 불만들이다.
어렵게 구한 포켓몬빵에 동봉된 띠부씰이 포켓몬 캐릭터가 아닌 미니언즈여서 신고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일부 유통채널에서 포켓몬빵을 매점매석한 뒤 가격을 올려받는 것을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라면의 경우 △노란 면발에 거뭇한 점이 군데군데 보여 곰팡이가 핀 것 같다는 불만 △스프가 없다는 불만 △스프가 터져서 컵라면 용기 안에 붉은 기름이 덕지덕지 묻었다는 불만 △스프 가루가 딱딱하게 굳어 있다는 불만 등이 있었다.
삼양식품과 매일유업은 제품 불량 민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삼양식품은 이물·변질과 동일한 50%, 매일유업은 이물·변질 및 서비스와 동일한 33.3%를 기록했다. 롯데제과(35.7%)와 동서식품·서울우유(각 40%), 오비맥주(33.3%)도 제품 불량 민원이 적지 않았다.
표기오류·과대광고·과대포장의 경우 포장지 이미지 속 제품은 먹음직스러운 데다 양도 풍성한데 막상 포장지를 뜯어보니 지나치게 부실한 내용물로 실망한 경우가 다수였다.
과자도 과대포장으로 지적됐다. 포장지 크기와 부피에서 짐작되는 풍성한 양을 기대하면서 제품을 구입하지만 막상 포장지를 뜯어보면 과도한 이중·삼중 포장(갑과자)과 질소(봉지과자)에 밀려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들이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하는 식품등의 표시기준이 기업들의 면죄부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기업 전반에서 경쟁 제품들을 의식해 실제 제품에 비해 더 먹음직스러운 이미지와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관련 고민을 지속하고 있고 제품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꾸준하지만 개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