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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국에 애벌레 둥둥, 곰팡이 가득 즉석밥…가공식품 이물·변질 사고,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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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국에 애벌레 둥둥, 곰팡이 가득 즉석밥…가공식품 이물·변질 사고, 원인은?
포장재에 생기는 핀 홀이 주 원인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3.02.1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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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동주먹밥에 곰팡이 꽃 떡하니 전라북도 익산시에 사는 권 모(남)씨는 지난달 20일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 구매한 A업체 냉동 주먹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먹기 위해 포장지를 뜯었다가 검푸른 곰팡이가 군데군데 피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소비기한은 2023년 3월 10일까지로 한 달 넘게 남아 있었다. 권 씨는 "포장을 뜯지도 않고 냉동 보관해 온 주먹밥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제조공정상 문제 아니겠느냐"며 기막혀했다.
 

# 즉석국에 둥둥 떠다니는 애벌레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윤 모(여)씨는 지난달 10일 집 인근 마트에서 가정간편식으로 나온 B업체 즉석국 제품을 구매했다. 저녁 식사로 곁들이기 위해 포장지를 뜯어 냄비에 부었는데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애벌레 사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찝찝한 마음에 식사 준비를 중단했다. 윤 씨는 "뜯자마자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벌레가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국을 데웠다면 큰일 날 뻔했다"며 역겨워 했다. 

# 즉석 백미밥, 회색으로 변질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해 12월16일 찬장에 보관 중인 C업체 즉석밥을 먹기 위해 용기 비닐을 뜯었다가 기겁했다. 회색 가루들이 밥알에 잔뜩 슬어 있었고 고약한 화학약품 냄새도 났다. 소비기한은 2023년 3월 20일까지로 넉넉히 남아 있었다. 박 씨는 "비위가 약하지 않은 편인데 며칠간 밥을 입에 대지도 못하고 헛구역질만 반복했다. 이런 경우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며 불쾌함을 토로했다.

# 깡통햄에 박혀 있는 바퀴벌레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집 인근 마트에서 구매한 D업체 프레스햄에서 바퀴벌레가 발견됐다며 경악했다. 지난해 11월 말 통조림을 개봉했는데 햄 가장자리에 새카만 무언가가 박혀 있어 자세히 보니 작은 크기의 바퀴벌레 사체였다고. 박 씨는 "제조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으나 업체 측은 도마에 있는 바퀴벌레가 햄에 붙은 것 같다며 위생상 책임을 미뤘다"며 분개했다.

# 스트링치즈 속에 박힌 이물 정체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12월 8일 집 인근 마트에서 구매한 E업체 스트링치즈를 먹기 직전 투명한 포장지 속에 정체불명의 파란색 이물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손가락으로 눌러서 살펴보니 비닐 껍질처럼 보였다고. 김 씨는 "포장지가 투명한 덕분에 먹기 직전에 발견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제조 과정의 위생 상태가 의심스럽다"며 불쾌해했다.

# 뿌연 부침가루에서 검은 알갱이 나와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사는 공 모(남)씨는 지난해 12월 초 전을 부쳐먹기 위해 F업체 부침가루 포장지를 뜯었다. 밑이 둥근 반죽 그릇에 덜고 물을 넣어 개고 있었는데 뿌연 부침가루들과 섞여 있는 작은 크기의 검은 알갱이들을 발견하고 조리를 중단했다. 공 씨는 "검은 알갱이들이 반죽에 콕콕 박혀 있었고 그릇 벽면에도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제법 많이 보이는데 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젤리 먹다 멀쩡한 치아 깨져 광주광역시 남구에 사는 고 모(남)씨는 지난해 11월 말 집 인근 편의점에서 구매한 G업체 젤리를 먹던 중 치아에서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딱딱한 이물감을 느꼈다. 급하게 뱉었는데 딱딱한 젤리 조각으로 치아가 깨져 있었다. 제조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치료비 등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이물 문제가 아니므로 보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고 씨는 "제조공정이 아닌 유통·보관상 문제라는데 이 경우 어디에 치료비를 청구해야 하느냐"며 도움을 요청했다. 

밀봉된 가공식품에서 벌레, 곰팡이 등 이물이 잇따라 발견되며 식품 위생·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가공식품이 변질됐거나 이물질이 나왔다는 소비자 불만이 하루 수 건 내지 수십 건, 한해 수백 내지 수천 건씩 쏟아진다.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농심, 오뚜기, SPC삼립, 풀무원, 오리온, 매일유업, 롯데제과 등 대형 식품기업부터 중소업체까지 업체 규모를 가리지 않고 민원이 빈발하는 상황이다.

검푸른 곰팡이가 피어있는 게 변질의 대표 사례다. 머리카락과 종이, 비닐, 플라스틱, 쇳조각, 벌레 사체 등이 이물 단골 소재다. 

소비자들은 포장을 뜯기 직전이나 뜯은 직후, 섭취 중 예상치 못한 이물과 변질 문제를 발견하고 제조공정상 위생 문제를 의심하고 있다. 소비기한이 넉넉하고 포장도 꼼꼼했기 때문이다. 기업 이름과 브랜드를 믿고 먹었는데 배신당한 것 같다며 철저한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식품업체들은 제조공정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했고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HACCP(해썹)도 획득하는 등 위생안전 관리를 철저히 이행하므로 제조공정상 문제일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이물·변질 대다수 사례는 유통이나 최종 소비단계에서 발생한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변질은 핀홀(Pin Hole) 현상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핀홀은 포장재에 생기는 작은 구멍이다. 유통 과정이나 보관 중에 주로 발생하는데 구멍이 생기면 공기가 유입되면서 식품이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핀홀 발생을 낮추기 위해서는 포장을 강화해야 하지만 개봉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물도 제조상 문제일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소비자가 항의할 경우 사실 유무를 떠나 도의적으로 사과하고 구입처 등을 통해 교환해주고 있다고 했다. 변질과 이물 유입 경로 확인을 요청 시 제품을 수거한 후 어느 단계에서 혼입되고 변질된 것인지를 파악해 책임 소재를 가려 소비자에게 회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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