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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여행, 위약금 없는 30일 전 취소에도 거액 수수료 떼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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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여행, 위약금 없는 30일 전 취소에도 거액 수수료 떼여, 왜?
항공권 선발권 됐을 경우 취소 수수료 부과
  • 송민규 기자 song_mg@csnews.co.kr
  • 승인 2024.01.10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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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패키지 여행 계약 후 위약금 없는 기간에 해지해도 취소 수수료를 떼일 수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항공편 좌석이 먼저 발권된 경우 이에 대한 항공권 수수료를 제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공권 발권 후 취소 시 표준약관 취소료 규정과 상관없이 항공권 취소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게다가 이 내용은 상품 판매페이지에 고지돼 있지 않고 문자메시지, 메일 등을 통해 전달하는 게 대부분이라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제주도에 사는 주 모(여)씨는 남편, 어머니 등 가족 네 명이 함께 가는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했다. 지난해 하나투어 홈페이지에서 오는 1월30일 출발하는 여행상품을 계약했고 계약금 40만 원을 입금했다.

이후 주 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고위험군 산모인 그는 태아의 건강을 염려해 지난해 12월30일 여행 취소를 요청했다. 일반약관이 적용된 상품으로 여행 개시 30일 전이어서 무료 취소가 가능한 시점이었다.
 

▲주 씨가 예약한 여행 상품에 적용된 표준약관.
▲주 씨가 예약한 여행 상품에 적용된 표준약관

그러나 주 씨는 업체로부터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선발권된 항공권에 대한 위약금이 발생했다는 게 이유였다.

아직 여권을 발급 받지도 않은 상태인데다 항공권 발권에도 동의하지 않았는데 취소 수수료가 발생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여행사에서는 여권 사본 없이 영문명만으로도 항공권이 발권되며 이후 취소할 경우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제야 하나투어 여행상품 담당자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살펴보니, 지난해 12월22일 금요일 항공권 발권 안내 문자에 추후 취소 시 표준약관상과 별개로 항공권 환불 수수료가 발생될 수 있다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주 씨가 동의하지 않았으나 26일 오전 선발권을 진행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주 씨는 "여행 표준약관과 별개로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하나투어에서 보내준 카카오톡 안내를 보고 나서야 별도의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억울해했다.
 

▲취소와 관련해 주 씨가 하나투어와 나눈 대화 내용.
▲취소와 관련해 주 씨가 하나투어와 나눈 대화 내용

하나투어 측은 항공사에서 항공권 선발권을 요구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여행사가 항공사로부터 가져오는 이른바 ‘블록 좌석’의 경우 한 번에 필요한 만큼의 좌석을 발권하지 않으면 회수되다 보니 불가피하게 명시적인 동의 없이도 발권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약관 제8조(계약서 및 약관 등 교부 간주)에 따라 ▲기계적 장치를 이용해 제공한 여행계약서, 약관 및 여행일정표(또는 여행설명서)의 내용에 대해 여행자가 동의하고 여행계약의 체결을 신청하는 서면을 송부한 데 대해 '당사'가 전자정보망 내지 기계적 장치 등을 이용하여 여행자에게 승낙의 의사를 통지한 경우 여행계약서와 여행약관 및 여행일정표(또는 여행설명서)가 교부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어 하나투어 관계자는 “건강 등 사유로 여행이 어렵다는 소견서를 첨부하면 당사자에 대한 위약금은 면제된다”고 밝혔다.
 

▲하나투어 측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고지한 위약금 관련 내용
▲하나투어 측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고지한 위약금 관련 내용

최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주 씨처럼 여행사에서 상품 계약 후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에 취소했는데 항공권 발권을 이유로 수수료를 물었다는 불만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한 소비자는 중소 여행사에서 베트남 여행을 예약한 후 항공사 사정으로 항공권을 일찍 발권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후 다리를 다쳐 여행을 갈 수 없게 됐고 수수료 부과 전이어서 여행을 취소했으나 항공권에 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여행업계에서는 항공사의 선발권 요청이 잦아지면서 이런 문제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봤다.

여행업계 관계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례”라며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여권 사본 없이 영문명만으로도 항공권 발권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사에서도 선발권 기한을 주고 항공권 결제를 요청하기 때문에 여행사에서도 소비자 동의만을 계속 기다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항공사에서도 최대한 비행편을 만석으로 운영하고 싶어 하다 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업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단정적으로 판단하긴 어렵고 개별 사례마다 들여다 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소비자들이 인지하기 쉽게 표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관련 내용이 없어 분쟁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피해유형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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