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축 분야의 인간문화재(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인 대목장(大木匠) 최기영(63)씨는 숭례문이 화재로 붕괴되는 현장을 10일 밤부터 지켜보면서 가슴이 무너져내렸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씨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엊저녁 화재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나왔는데 처참했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의 중시조는 조선조에 한성부판사를 지내면서 숭례문 축조를 지휘했던 최유경(崔有慶.1343-1413)
결국 그에게 이번 화재는 전통을 갈고닦아온 고건축 분야의 전문가로서뿐 아니라 개인적인 슬픔까지 겹치는 일대 충격인 셈이다.
최씨는 숭례문 원형 복원과 관련,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옛 장인들의 솜씨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복원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문화재청이 소집한 문화재위원회 긴급회의에도 참석했다.
긴급회의에는 문화재위원들과 함께 대목장인 그와 현재 진행 중인 경복궁 복원사업의 총감독격인 신응수(66) 대목장 등 고건축 분야 전문가들도 함께 참석했다. 신 대목장은 60년대 초 숭례문을 대대적으로 해체 보수공사를 할 때 도편수를 맡았던 조원재 옹의 제자이기도 하다.
최씨는 "숭례문 복원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누구보다 책임감을 갖고 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단청 등 원형 복원에 필요한 기능인과 기술자가 있는만큼 복구가 가능하다며 "현시점에서 보기로는 복구 기간은 2-3년정도"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어 "무엇보다 1960년대의 수리보고서와 함께 2006년 제작된 정밀실측도면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화재로 손실된 누각 밑 석축 부분의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일단 수축 작용 등 큰 손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그는 젊은 시절 당대의 도편수인 김덕희, 김중희 밑에서 고건축 목수일을 배워 40여년간 장인 정신으로 전통을 이어오다가 2000년 대목장 기능 보유자로 지정됐으며, 충남 부여군 백제문화역사재현단지의 건축공사 등을 이끌었다.
최고령 대목장인 전흥수(70) 씨도 전날 저녁 화재 소식을 접하고 충남 예산에서 급히 올라와 이날 새벽 4시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화재 현장을 지켜봤다고 한다. 그는 밤새워 현장을 지켜보면서 몸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서 링거까지 맞았다.
전 씨는 전화통화에서 "너무 착잡하고 안타깝다"며 "옛날 모습을 되찾아줘야 할텐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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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이 어런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