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살인범 강호순은 현장검증에서 짧게 말했다.
오늘 검증은 2006년 노래방에서 살해된 배모씨(당시 45세)의 현장검증으로 수사진과 기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화성시 비봉면 양노리 국도변 살해 암매장 현장에서 실시됐다.
현장검증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강호순이 배 씨를 처음 만난 군포시 금정역 부근 S노래방에서부터 시작됐다.
검은색 점퍼 차림에 모자를 눌러쓰고 포승줄에 묶인 채 경찰에 이끌려 현장에 나타난 강은 지하에 있는 노래방으로 들어가는 장면부터 재연했다.
현장에는 인근 주민 50여명이 나와 "모자를 벗겨라. 개만도 못한 놈" 등의 욕설을 퍼부으며 분노했으며 한 70대 할머니는 "나도 대학생 손녀딸이 있는데 세상 무서워서 살겠냐"며 불안해 했다.
시민들 중에는 "얼굴을 공개하면 두 아들은 어떻게 살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강씨는 "유가족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린 뒤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을 강제로 협박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단답형으로 "네"라고 답했다.
강씨는 군포 여대생 A씨를 강제로 태우지 않았고, 추가 범행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또 A씨의 신용카드에서만 현금을 인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강씨는 "한 형사님에게 물어보세요"라고 답했다.
강은 오전 11시께 노래방에서 20㎞ 가량 떨어진 39번 국도 화성시 비봉면 양노리 살해현장을 찾았으나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며 그냥 지나쳤고 800m가량 떨어진 지점에 있는 국도변에서 암매장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암매장 장소는 도로에서 3∼4m 내려간 비탈면으로 20㎝ 깊이였고 재연에 사용된 마네킹은 양손이 뒤에서 스타킹으로 묶인 상태였다.
강은 이날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스타킹이 아닌 넥타이로 목을 졸라 배 씨를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고 경찰에 밝혔다.
경찰은 배 씨가 살해된 현장에서 오후 현장검증을 재개한 뒤 같은달과 다음달 희생된 박모(당시 37세) 씨와 또 다른 박모(당시 52세) 씨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일 예정이다.<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