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뒤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콘돔사용이 에이즈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발언한 데 대해 프랑스, 벨기에 정부와 국제 구호단체 등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프랑스 외교부는 18일 "콘돔을 나눠주는 것으로 에이즈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교황의 발언에 깊은 우려감을 표명하면서 이는 에이즈와의 전쟁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릭 슈발리에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교회의 교리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몫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교황의 발언은 공공 보건정책과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의무에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슈발리에 대변인은 "정보, 교육, 테스트와 함께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전이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행동 계획이라고 프랑스는 믿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알랭 쥐페 전(前) 총리 등 몇몇 유력 정치인들도 교황의 발언을 비난하는 대열에 가세했다. 쥐페 전 총리는 "베네딕토 16세가 폐쇄적인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어 골칫거리가 되기 시작했다"라고 비판했다.
독일 보건부의 울라 슈미츠 장관과 대외개발원조부의 하이데마리 비초렉 초일 장관은 공동 성명을 내고 콘돔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황의 발언을 비판했다. 성명은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방책은 그 어떤 것도 무책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벨기에 보건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보건부 장관은 교황의 발언을 전해듣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면서 "교황의 발언은 수년간의 에이즈 예방 노력을 파괴시키고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국제기구와 각국 에이즈 구호단체 등의 비판도 쇄도하고 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도 성명을 통해 "콘돔 사용은 에이즈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콘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