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악연인지…"
한 경찰팀에 3번 붙잡혀 3번 구속된 전력이 있는 도둑이 또다시 도둑질을 하려다가 역시 같은 경찰팀에 다시 붙잡히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3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하모(47.전과 11범) 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금품을 훔치기 위해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고시원에 침입했다.
하씨는 문이 열려 있는 방마다 들어가 돈과 귀금속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금품은 찾지 못한 채 30여 분만에 슬그머니 고시원을 빠져나갔다.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왔다고 자신한 하씨. 하지만 그런 하씨의 모습은 고시원 CC(폐쇄회로)TV에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더욱 운이 나빴던 것은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경찰관들이 자신과 5년간에 걸쳐 깊고 깊은 악연을 맺어온 강동서의 형사2팀이었다는 점.
고시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형사2팀 직원들은 CCTV 화면에 찍힌 용의자의 얼굴을 보며 어딘가 낯이 익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을 더듬던 직원들은 금세 하씨가 자신들이 붙잡아 수차례 구속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준 형사2팀장은 "우리와 처음 마주쳤던 것이 2004년으로 기억한다"며 "관내에 있는 병원 입원실을 돌며 환자들의 금품을 훔치고 다녔던 하씨를 붙잡아 구속하는 등 5년 동안 3번 붙잡아 3번 구속했다"고 말했다.
하씨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다소 흐릿하긴 했지만 3번이나 붙들고 조사했던 만큼 직원들이 하씨의 모습을 놓칠 리가 없었던 것.
강동서 형사2팀은 이례적으로 팀장 이하 9∼10명의 직원들이 8년 동안 단 한명의 자리 이동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씨는 이번 범죄가 비록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과거 전과와 주거부정 등의 이유 때문에 또다시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이 팀장은 "미수에 그친 사건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직원들이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도 하씨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참 질긴 악연"이라며 혀를 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