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제대로 된 내비게이션 사는 거 마누라.신랑 잘 얻는 것과 버금 가는 인생 오복중의 하나입니다. 운이 좋아야 합니다.마누라.신랑 잘 못 고른 뒤 이혼하기 어려운 것 처럼 교환.환불은 하늘의 별 따기 입니다"
내비게이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구입 단계부터 '복불복'은 '복은 복대로 간다'라는 뜻이다. 주로 어느 상황의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제비뽑기등을 할 때 이런 말을 사용한다. 좋은 내비게이션 구입 여부가 제비뽑기에 버금 갈 정도로 운에 따라 결정된다는 얘기다.
제대로 기능이 제공되지 않거나 맵(지도)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아 엉뚱한 길 안내로 사고의 위험에 처하고 속도위반으로 범칙금 대상이 되기도 한다. AS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부품업체 도산으로 수개월씩 AS센터 창고에서 낮잠을 자거나 첨단 기능들이 연이어 개발되다 보니 AS담당직원조차 제품에 대한 정확한 사양을 알지 못해 엉뚱한 안내로 소비자를 당황케 만들기도 한다.
사양에 비해 지나치게 가격이 저렴하거나 사은품들을 내걸어 현혹하는 제품을 쫓다간 낭패 보기도 쉽다.
▶맵 업데이트 개시일 “며느리도 몰라”
서울 독산동의 최 모(여.35세)씨는 약 1년 6개월 전 홈쇼핑 특가전을 이용해 아이스테이션 T43을 풀 옵션으로 69만원에 구입했다.
지난 1월 5일 이후 맵 업데이트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았고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공지사항을 확인할 수 없었다. 2달여가 지난 3월 초 같은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회사동료로부터 ‘맵 제공 회사가 부도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관련 온라인 카페를 찾은 최 씨는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미 내비게이션의 잘못된 안내로 고속도로 주행 중 엉뚱한 곳으로 진입해 고생한 탓에 서비스 개시일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 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거란 회사 측 이야기에 참고 기다렸지만 서비스중단 3개월을 훌쩍 넘긴 지난 4월 2일 업체가 발표한 내용은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 검토 중이니 2~3개월 더 기다리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기다림에 지친 최 씨가 고객센터로 민원을 제기하자 담당자는 “우리도 부도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사용지연에 대한 보상을 문의하자 “아직 보상관련 내용은 결정된 바가 없으며 전 직원간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협의 진행여부를 묻자 “내부적인 사정을 모두 공개할 순 없다”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두루뭉술한 답에 화가 난 최씨가 “아이스테이션이란 브랜드를 믿고 구입했지 맵 회사를 믿은 게 아니지 않냐”고 묻자 “Curro Map인지 알고 구입하지 않았냐”는 답으로 최씨를 더욱 기막히게 만들었다.
최 씨는 최근 회사 앞에 생긴 버스중앙차선이 맵에 업데이트 되지 않아 중앙선을 침범하는 U턴 안내로 인해 자칫 큰 사고가 될 뻔 한 위험을 경험하기도 했다.
최 씨는 “맵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인데 기다림만 강요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엉뚱한 안내 후 “누가 그래?”
진주 신안동의 여 모(여.35세)씨는 지난 3월 유명 오픈마켓에서 파인드라이브 IQ500 내비게이션을 36만 9000원에 구입했다. 기존에 이용 중인 제품이 있었지만 메모리 용량이 큰 것으로 구입하려던 차에 스팀청소기 사은품까지 걸려 있어 해당제품을 선택한 것.
얼마 전 서울에 볼일이 있어 고속도로를 이용하던 여 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운행 중 잠시 도로휴게소를 이용하고 다시 시동을 걸었는 데 통행요금이 엉뚱하게 휴게소부터 목적지인 서울까지로 계산돼 산출된 것. 출발 전 ‘진주 -서울’로 입력해 확인한 통행요금이 1만원이었는 데 이전 내용은 간 데 없고 휴게소에서부터 적용된 2000원의 요금이 안내됐다.
여 씨는 다음날 파인드라이브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했고 ‘내장배터리가 없는 제품이라 어쩔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답변에 더욱 놀랐다.고객센터로 연락해 따져 묻자 “출시부터 내장배터리가 없는 것으로 안내된 제품이다. 아직 서비스개선이나 사후처리에 대한 어떤 대책도 없다”고 태연하게 답했다.
화가 난 여 씨는 “소비자가 내장배터리의 기능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렇게 기본적인 기능조차 안 되는 건 제품하자가 분명하다”며 반품을 요청했다. 담당자는 ‘제품하자’를 인정하지 않으며 여 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여 씨는 “휴게소에 들리는 등 잠시 주정차할 때마다 요금 계산 메뉴를 매번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소리냐”며 ?사은품인 스팀청소기에 낚였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며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파인디지털 관계자는 “내장배터리가 문제라는 건 잘못된 이야기다.프로그램 상의 오류인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며 “누가 그런 답을 했는지 모르나 답변을 잘못했다면 교육을 통해 시정하겠다”고 답했다.
▶ 부도제품판매 후 “우리도 몰랐지~”
부산시 연제구에 거주하는 성 모(여.30세)씨는 올 1월 충남 아산시 소재의 네비나라에서 내비게이션을 구입했다.성씨는 최근 내비게이션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했지만 구입한 내비게이션이 지난해 9월 부도가 난 회사의 제품이라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었다.
성씨는 “지난해 부도난 회사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아무런 정보 없이 판매했다”며 “구입 당시 업그레이드를 해준다고 해서 1만원을 별도로 지불했지만 그 역시 허사가 됐다”고 분개했다.
이어 “구입 전부터 회사가 부도난 상태라 시리얼 넘버조차 등록할 수 없었다.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5만원을 주고 새로 시리얼넘버를 구입해야만 한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성씨는 네비나라에 부도난 회사제품을 판매한 데 대해 강하게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부도난 회사 제품인줄 몰랐다"며 답해 성씨를 더욱 기막히게 했다. <사진출처= 소비자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