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민재 기자]염색인구가 늘어나면서 염모제 부작용으로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극심한 육체적 통증은 물론 혐오스러운 외모에 시달리며 생업까지 지장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염모제는 모발이나 피부에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특히 국내서 가장 많이 쓰이는 염모제 성분인 PPD는 전체 염모제의 90% 이상에 들어있으며 알레르기 부작용이 심각해 독일, 프랑스, 스웨덴에서는 사용자체가 금지됐다.또 안전한 성분만을 사용하더라도 개인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염모제 부작용을 예방하기위해 염색하기 전 반드시 패치 테스트(patch test)를 실시해야 하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번거로움과 동일제품 사용 시 문제없었다는 경험을 토대로 테스트를 등한시 한다.
그러나 테스트를 하지 않아 발생한 피해는 소비자과실로 인정돼 보상이 쉽지 않다.또 테스트를 진행한 후 발생한 부작용이라도 보상규모에대한 합의가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염모제 관련 피해사례는 2006년 37건, 2007년 40건, 지난해 7월까지 38건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염모제를 사용하기 전 반드시 귀 뒤쪽이나 팔 안쪽에 염모제를 동전 크기로 발라 48시간 동안 피부 반응을 살펴봐야 한다"며 "염색 전에 미리 패치테스트를 하지 않아 발생한 부작용은 보상받기 어렵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 사례 1 = 경기도 하남시의 유 모(여.53세)씨는 지난달 10일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K사의 천연성분 염색약으로 염색을 했다.
이제품은 천연성분으로 만들어져 모발및 두피 강화 효과가 높다고 광고하고 있는 제품. 꼼꼼한 성격의 유 씨는 염색 전,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패치테스트까지 실행했다.
하지만 다음날 머리가 벌겋게 부어오르더니 진물이 흐르고 피딱지가 생겼다. 또한 얼굴은 퉁퉁 부어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병원 진찰결과 염색약에 의한 부작용으로 밝혀졌다.
즉시 업체에 통보하자 "담당자가 연락할 것이다. 치료비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유 씨는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방문사과는 커녕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다. 부작용 때문에 생활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 사례 2 = 대구 남산동의 윤 모 씨는 지난해 어머니에게 로레알 엑셀랑스 크림 5호 자연갈색을 사 드렸다. 어머니 김 모 씨는 작년 10월경에 첫 염색을 하고 나서 두 달 후 같은 제품으로 두 번째 염색을 했다.
처음 염색할 땐 이상이 없었는 데 두 번째 사용 몇 시간 뒤부터 머리가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이후 서서히 팔 안쪽과 무릎 뒤쪽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가려움증이 일더니 빨간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이후 두드러기는 등 쪽 전체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
일주일 이상 참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동네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접촉성 피부염이라며 약을 처방해줬다. 그러나 증상은 점점 더 심해져 피부과에 가서 2차 진료를 받았다. 역시 나아지기는커녕 온몸으로 번져 다시 다른 피부과를 찾았다. 백약이 무효였다. 거의 살인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어머니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본 윤 씨는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어 로레알에 전화로 항의했다.
그러나 고객 상담실 직원은“피해보상은 실제 지출액만 보상이 가능하다. 영수증과 의사 소견서를 발급해 오면 보상해 주겠다”고 기계적으로 답변했다.
윤씨는“들었던 돈은 다 합해 봐야 2만원 안팎이다. 그걸 받기 위해 병원마다 찾아다니면서 소견서랑 영수증 발급 받으려면 교통비가 더 들겠다”며 억울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시골에서 농사준비도 하고 청국장도 만들며 활동하시던 어머니가 할 일도 못하고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계신다. 온몸의 염증 덕에 받은 고통과 밖에 나가기 곤란해 겪은 피해는 어찌 보상받아야 하냐”며 분개했다.
이후 윤 씨의 어머니는 병원비를 보상받기는 했지만 아직도 몸에 당시 두드러기로인한 반점이 상처처럼 남아있어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
# 사례 3 =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작년 7월 말 K코스메틱의 염색약을 구입해 염색을 시작하자 머리에서 진물이 나고 반점 같은 것이 생기면서 온몸으로 퍼졌다.
김 씨는 “염색약이 부작용 많은 제품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가족이나 직장동료들의 눈초리를 받아 사회생활이 곤란할 만큼 부작용이 심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반점이 생긴 자신의 신체를 촬영해 회사 측에 보냈다.
이에 회사대표가 김 씨의 집을 방문해 상태를 살펴보고 “염색약을 사용한 소비자 중 가장 심한 부작용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염색약을 사용하기 전 사용설명서를 읽었어야 하는데 이마저 없었다고 항의하자 회사 대표는“포장지 안쪽에 사용설명서가 인쇄돼 있어서 포장지를 찢으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염색약은 정확하게 제조허가등록을 받았다. 제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부작용에 대한 치료비는 보상해주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치료비 문제가 아니라 부작용이 있는 줄 알면서 판매하고 있는 회사가 괘씸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