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먹고 살자고 알몸 잠깐 본 것이 큰 대수야?”
늦은 밤 사우나 여탕에서 세 여성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상상을 불허하는 황당하고 기괴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 남산동의 이 모(여. 37세)씨는 “여자들이 목욕 중인 사우나에 남자가 서슴없이 들어오고 나가라는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치욕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 5월1일 새벽 대구 남산동의 S사우나에서 일어났다. 당시 청소 아주머니가 탕에 들어와 대뜸 목욕을 하고 있던 3명에게 "오래 걸리겠느냐?” 묻고는 곧이어 “수리하는 사람들이 올 것이니 밖에서 보이지 않는 탕 안에서 씻고 있으라”고 말했다.
이 씨와 다른 2명은 공사가 시작되면 다시 이야기 하겠거니 하며 샤워를 계속했다.
하지만 몇 분 뒤 가까운 거리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고 없이 시작된 공사에 놀란 다른 여성이 청소 아주머니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남자가 들이닥쳐 공사를 하는 법이 어디 있냐?”고 큰소리치며 뛰쳐나갔다.
심지어 카운터를 보던 남자 관리인은 알몸의 여자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탕 안으로 유유히 들어와 조명을 갈아 끼우기까지 했다. 온갖 비명을 지르며 ‘나가라’고 소리쳤지만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이니 고치고 나가겠다”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5분이 흘렀고 참다못한 이 씨는 결국 알몸으로 탕에서 뛰쳐나가 112에 신고했다. 공사 중인 일꾼들에게 알몸을 보여야 했지만, 목욕탕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다른 아가씨를 위해 이 씨가 총대를 맺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관리인과 일꾼을 타박했고, 이 씨에게 “처벌을 원하냐”고 물었다. 치욕스러움에 처벌을 원했던 이 씨와 다른 피해자는 남산지구대로 동행했다.
하지만 이 씨 일행은 더욱더 황당함을 겪어야 했다. 10여분 남짓 이동해 남산지구대에 도착하자 경찰들의 태도가 돌변한 것. '이동 중에 담합이 이뤄진 것 같았다'고 이 씨는 말했다.
남산 지구대 경찰관은 관리인에게 “이 분들 담에 오시면, 한 번 공짜로 넣어주고 잘해주라”며 2만 원짜리 경범죄 스티커를 발부하고 일처리를 마무리하는 것 이었다.
이 씨는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을 당한 것도 화가 나는데, 경찰관의 일처리 또한 미심쩍어 더욱 억울하다”며 “그 일이 발생한 뒤 며칠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한마디의 사과조차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먹고 살려고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일꾼의 능글맞은 대꾸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며 당시 상황을 상기하며 치를 떨었다.
이에 대해 S사우나 관계자는 “당시 청소 아주머니가 탕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었다. 자고 있는 이 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씨가 자다가 공사하는 소리에 놀라 소리를 지르며 뛰쳐 나갔다”고 이 씨의 주장과 상반된 진술을 했다.
이어 “탕 안에 여럿이 있었다는 이 씨의 말은 거짓말”이라며 “관리인이 알몸으로 씻고 있는 여탕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나 관계자의 진술을 전해 들은 이 씨는 “어이가 없다”며 당시 탕 안에 같이 있었고 지구대까지 같이 동행했던 김 모(여. 29세)씨의 신원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알려왔다.
김 씨는 상기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고 이 씨의 진술과 동일했다. 탕에 들어온 남자 관리인은 소리를 지르며 나가라고 악을 쓰는 자신들을 무시하고 유유히 조명을 갈아 끼웠다는 것.
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추궁에 관리자는 ‘먹고 살려고 그랬다. 빨리 갈아 끼우고 나가려고 했다’고 말했다”며 “아마 평생가도 이 일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한 “이 씨와 현장에 있었던 손님들 그리고 출동했던 경찰이 전부 아는 사실을 사우나 관계자가 발뺌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통탄을 금치 못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관계자는 “사우나에서 근무하던 직원이고 전구를 갈아 끼는 목적으로 여탕에 들어갔으므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경범죄 무단침입 통고처벌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진심으로 사과를 원했을 뿐인데 ‘거짓 주장’이라며 발뺌해 사건을 덮으려는 행태가 괘씸하다. 업주가 사과하고자 만남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금은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 씨는 남산지구대가 발부한 경범죄 스티커 발부가 너무 경미한 처분이라며 경찰청에도 민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며, 사우나 관계자는 6일 "이 씨의 주장이 어느정도 사실임을 인정하며 대화를 통한 사과를 원한다"고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