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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vs바위'박치기'..약골기업vs한전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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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vs바위'박치기'..약골기업vs한전 연구소
  • 성승제 기자 bank@csnews.co.kr
  • 승인 2009.05.15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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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성승제 기자]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이 입찰에서 낙찰된 중소기업에게 제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도면 자료를 제대로 주지 않고 거액의 위약금까지 청구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하지만 전력연구원 측은 모든 과정은 합법적으로 진행됐고 업체가 주장한  자료도 이미 공개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맞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베어링 실험장치 사업을 하고 있는 전 모(남, 42) 씨는 지난 2월 10일 전력연구소로부터 3억5000만원짜리 구매제조 입찰에 응찰, 낙찰을 받았다.경쟁 회사보다  단가도 낮고 납기가 빠른 점이 적중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후 3개월이 지난 뒤 전 씨 회사의 전 직원은 현재 계약도 해지한 채 전력연구원이 위치한 대전까지 내려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간의 사정은 이랬다.


경기도 시흥에서 총 4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전 씨는 전력연구원이 발주한 실험장비 제작 입찰에 응찰,  베어링실험장치제작 1식을 낙찰 받았다.

이 제품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과 박사들이 수년 간 걸쳐 연구해 완성된 도면으로 일반인들은 물론 관련 업체들도 도면이 없으면 쉽게 제작할수 없는 복잡한 구조다.

전 씨는 낙찰을 받으면 전력연구원이 당연히 설계도면과 현품확인 그리고 업무지원을 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계약서에 특별한 단서조항을 달지 않은 채  계약에 합의했다.

하지만 전력연구원은 계약 후 계약서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아무런 지원도 할 수없다는 황당한 조건을 세웠다.

답답한 전 씨와 직원들은 "박사들도 수년간에 걸쳐 연구한 내용을 도면도 없이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느냐"며 지난 3월 11일 결국 눈물을 머금고 계약해지를 요청했다.

제품을 제작해 납품하는 데 보통 6개월. 그러나 전 씨 회사 직원들은  밤을 새서라도 납기를 65일로 줄일려고 했지만  도면 없이는 8개월, 1년이 지나도 제작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전력연구원은 계약 이행 보증금 10%를 회수해야 한다며 약 3600만원에 달하는 위약금까지 청구했다.

억울한 전 씨는 전력연구원 자체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반려됐다.

전 씨는 "전력연구원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다른 업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가 예상치 않게 우리가 낙찰되니까 일부로 아무런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식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도면도 없이 어떻게 제품을 만들 수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번 계약취소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 조그만 중소기업이라서 빨리 다른 계약을 통해 회사를 꾸려 나가야 하는데 거액의 위약금 때문에 지금 전 직원들이 아무것도  못하고시위만 하고 있다. 소송을  하고 싶어도 변호사 비용을 감당할 수없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힘겨운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대해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처음부터 기술력도 없는 상태에서 입찰에 참여했다가  뒤늦게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계약해지를 요청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초 회사의 재무구조와 기술력을 검토하지 않았는지를 묻자 "인터넷을 통한  공개 입찰이어서 서류만으로 낙찰이 결정된다. 서류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막상 계약이 이루어지고 나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니까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도면 제공을 거절한데 대해서는 "지난 2005년 77페이지에 해당하는 규격서를 이미 공개했다. 도면은 아예 처음부터 없는 상태였다.관련부서 관계자들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무척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약금에 대해서는  "위약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우리도 하루빨리 해결을 해주고 싶지만 만약 위약금을 받지 않으면 우리가 법을 어기게 되는 상황이라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 씨는 전력연구원 측이 책임을  빠져 나가려고 말을 바꾸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 씨는 "계약 전 샘플을 확인한 뒤 전력연구원 담당자에게 도면을 요청했는데 계약이 체결되면 모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을 문서화 하지 않아 상황이 이렇게 전개됐다"며 "세상에 어느 기업이 수행할 능력도 없으면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가며  입찰에 참여하고 계약까지 체결하겠느냐. 우리에겐 시간이 모두 돈이다. 우리의 실수는  도면을 주겠다는 내용을 문서화 하지 않은 것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문서화하지 못한 것도 실수라기보다는 '을'의 입장에서 '갑'에게 요구할 수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규격서에 대해서도 "규격서를 보고 제품을 만들려면 적어도 8개월~1년은 걸린다. 모두가 인정하는 사항이다. 계약 해지 전 도면이 없으니 8개월로 납기일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도 해봤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면서 "너무 억울하고 직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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